‘서울서 내집 마련’ 월급 16년 모아야… 작년초보다 3년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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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까지 수도권 집값 9.2% 올라
30대 ‘영끌매수’ 8월이후 두드러져
주택가격지수 132… 역대 최고치
중개업자 90% “내년에도 오를것”

중산층이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6년간 꼬박 모아야 서울에서 중간 정도 가격의 집 한 채를 장만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집 장만에 걸리는 기간은 1년 9개월 만에 3년 가까이 늘었다.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소비자 심리 지표는 2013년 1월 통계 집계 이후 가장 컸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9일 발표한 ‘2021 KB부동산보고서 주거용 편’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평균 6.9% 올랐다. 서울 등 수도권 상승률은 9.2%였다. 전세가격도 같은 기간 전국에서 5.4%, 수도권에서 7.3% 올랐다. 특히 서울은 7월 이후 월평균 1.4%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집값이 뛰면서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Price Income Ratio)도 높아졌다. PIR는 한 가구의 연소득을 모두 주택 매입에 투입했을 때 걸리는 기간을 뜻한다. KB국민은행이 직접 조사한 주택가격과 통계청 소득자료를 활용해 소득과 집값을 5단계(5분위)로 나눠 PIR를 산출한 결과 11월 현재 전국 PIR(소득 및 주택가격 3분위 기준)는 5.5년에 그쳤다. 반면 서울은 15.6년이나 됐다. 소득이 중간 수준인 가구가 서울에서 중간 가격대 집 한 채를 사려면 15.6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수치는 지난해 1월(12.9년)과 비교해 약 3년 늘어났다. 소득 대비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택 구매력도 저하된 것이다.

또 올해 1∼11월 전국의 주택 매매 거래량은 110만4000건으로 1년 전보다 66% 늘었다. 수도권 매매는 72% 급증했다. 12월 거래를 포함하면 연간 주택 매매는 2015년 이후 최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집값 상승을 우려해 ‘패닉 바잉’(공포에 의한 매수)에 나선 30대가 이 같은 증가세를 이끌었다. KB경영연구소는 “8월 이후 집값 급등, 정부 규제 여파로 주택 거래가 상대적으로 감소했지만 30대의 매매 비중은 커졌다”며 하반기부터 30대의 추격 매수 심리가 주택 매매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한국부동산원 등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 거래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월에 처음으로 22%를 넘어섰다.

부동산 중개업자 10명 중 9명은 “내년에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KB경영연구소가 이달 4∼8일 중개업자 5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수도권 87%, 비수도권 91%)다. 다만 상승 폭은 올해보다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부동산시장 전문가 16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집값 상승에 무게를 실었다. 특히 전문가의 약 39%는 “내년 수도권 집값이 5%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으로 집값이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는 소비자 지표도 역대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서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월보다 2포인트 오른 132로, 두 달 연속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클수록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한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12월 상승 폭은 2013년 1월 통계 집계 이후 가장 컸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서울서 내집 마련#월급#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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