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이어 대주주까지…잇따른 ‘도장깨기’ 동학개미 힘 세졌다

  • 뉴스1
  • 입력 2020년 11월 3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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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들이 ‘대주주 양도소득세 3억원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0.23/뉴스1 © News1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들이 ‘대주주 양도소득세 3억원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0.23/뉴스1 © News1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인 대주주 요건 개인별 10억원이 현행대로 유지된다. 당초 가족 합산·3억원 안(案)을 추진해온 정부가 동학개미들의 강력 반발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앞서 공매도 금지 조치는 내년 3월15일까지 6개월 추가 연장됐다. 이를 놓고 ‘동학개미’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월 코로나19발 폭락장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됐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체 주식거래활동 계좌 수는 2936만개에서 올해 3월 3000만개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 10월30일 3411만개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든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발 폭락장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으려는 투자 전략이 있었다. 과거 외환위기, 금융위기 당시 경제위기발 폭락장은 회복된다는 학습효과가 자리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코로나19발 폭락장 이후 V(브이)자 반등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반년 동안 기관이 21조8682억원, 외국인은 26조695억원을 각각 순매도할 때 개인투자자들은 49조7860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증시를 떠받들었다.

이처럼 몸집이 불어나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일정 역할을 한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위상은 높아졌고 목소리는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8월20일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가 큰 힘이 됐다”고 평가하면서 정부에 개인의 장기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정책을 검토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지난 8월27일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년 3월15일까지 6개월 연장하기로 한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지 않았다는 점 뿐만 아니라 공매도 제도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해온 개인투자자들의 높은 불만이 있었다. 결국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을 결정하면서 무차입 등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개인 주식대주시장을 확대, 시장조성자 공매도 범위 축소 등 개인투자자 친화적인 제도 개선에도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증권사의 신용융자 금리를 낮추기 위해 금리산정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청약증거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많은 물량을 배정받는 공모주 청약 제도도 손질하고 있다.

대주주 요건 개인별 10억원 유지도 개인투자자들로선 쾌거라고 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가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고수해왔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요구를 발아들인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기재부를 강하게 압박해 10억원이 유지됐기 때문이다. 앞서 기재부는 가족 합산·3억원에서 개인별·3억원으로 한차례 물러섰다가 개인별·5억원 등 수정안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결국 깨끗이 뒤로 물어섰다. 지난달 2일 종료된 청와대 국민청원 ‘대주주 양도소득세 악법 폐지’에는 21만6844명이 동의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누구보다도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과 대주주 요건 유지에 공을 들였다. 한투연은 각종 집회·기자회견을 여는가 하면 온라인에서는 강력한 화력을 바탕으로 여론전을 폈다. 한투연은 지난달 출범 1년을 맞은 개인투자자 권익 보호 단체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대한민국 자본시장 발전은 이제부터라고 본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는 변방의 서자 취급을 받았는데 올해 들어 동학개미운동이 시작되면서 자본시장의 민주화의 꽃이 개화되는 느낌”이라며 “정부와 정치인이 앞으로 주식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활성화 정책을 펼쳐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수가 지난 3월 이후 많이 늘었다. 이들의 의견이 굉장히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20만명을 넘어섰다. 그만큼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관심 갖고 있다는 것이니깐, 이런 조직적인 움직임 등을 정부·여당도 무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제 문제가 개인투자자들의 집단적인 목소리에 좌지우지되는 등 정치화하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제 이슈가 정치 이슈로 변하는 현상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적 논리와 여론이 상충 때 여론을 따르는 게 항상 옳다고는 볼 수 없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경제적 논리에 따라 정책을 결정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다시 한번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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