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 겨냥 공매도 세력, 이번 타깃은 ‘나녹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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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 개발사 사기의혹 제기, 업체 강력부인… 주가 널뛰기
공매도, 경영불안 야기하지만 기업가치 검증 긍정적 측면도

공매도 투자세력으로부터 사기 의혹이 제기된 차세대 엑스레이 장비 개발사 나녹스의 주가가 급락하다 하루에 50% 넘게 뛰는 등 출렁이고 있다. 공매도 보고서가 불투명한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자칫 성장 단계에 있는 신기술 기업의 경영 환경을 과도하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녹스는 저개발 국가에 의료 장비를 보급할 수 있다는 계획을 앞세워 8월 상장된 뒤 주가가 지난달 11일 64.19달러까지 올랐다. 이후 공매도 세력인 시트론, 머디워터스리서치 등이 ‘나녹스는 사기’라고 공격하면서 지난달 말에는 23.52달러까지 내렸다. 하지만 2일(현지 시간) 란 폴리아킨 나녹스 최고경영자(CEO)가 11월 영상기기 공개 시연 계획을 밝히자 나녹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6.2% 폭등하며 37.44달러에 마감했다.

미국 등 서구권에서는 공매도 보고서가 활성화돼 있다. 국내에서도 법적으로 공매도 보고서를 낼 수는 있지만 공매도에 반감을 가진 개인투자자들이 많아 거의 발간되지 않고 있다. 나녹스를 비롯해 수소차 제조사 니콜라 등 국내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투자한 기업들이 공격을 받으면서 공매도 보고서도 주목받고 있다.

공매도 투자세력은 매출이나 수익은 상장 기준에 못 미치지만 보유한 기술의 잠재력을 인정받아 증시에 상장된 기술 기업을 주로 노린다. 기업 관계자들은 공매도 세력들이 기업의 경영 불안을 야기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공매도 세력은 신기술이 상용화되고 본격적인 수익을 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악용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과도한 의혹 제기와 주가 하락으로 회사 경영의 위험이 커지는 셈”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매도 세력의 의혹 제기를 통해 기업의 시장 가치를 정확히 알게 된다는 점에서 투자자는 물론 기업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니콜라의 경우 사기 의혹이 제기된 뒤 트레버 밀턴 창업자가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미국 당국은 니콜라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는 사례도 적지 않지만, 상장 기업이라면 거쳐야 할 통과의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공매도#혁신기업#나녹스#사기의혹#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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