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버티기 끝났나?’…서울 아파트, 매물 증가세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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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9월 6일 0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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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아파트 단지 내 공인중개업소의 모습. © News1
서울 지역 아파트 단지 내 공인중개업소의 모습. © News1
장기간 매물 감소세가 지속되던 서울 아파트 시장이 이달 들어 증가세로 돌아서며 매물이 조금씩 늘어나는 모습이다. 부동산 규제 영향이 본격화한 데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침체 우려까지 커지면서, 매물을 거둬들이고 버티던 일부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이달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4만2753건으로, 8월 말(31일, 4만1129건) 대비 1444건(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온라인상에 등록된 아파트 매물 중 중복된 매물을 제외하고 집계한 수치다.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6·17, 7·10 부동산대책 이후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거래 가능한 매물이 줄면서 줄곧 감소세를 이어왔다. 특히 지난달 21일부터 허위 매물을 올린 공인중개사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공인중개사법이 시행되면서 매물이 크게 줄어든 뒤 지난달 말까지 감소세가 지속됐다.

그러나 이달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이달 1일 증가세(4만1129건→4만1450건)로 전환한 뒤 4일 연속 등록 매물이 늘면서 추세가 바뀌는 분위기다.

자치구별로는 양천구가 8월 말 1629건에서 이달 4일 1767건으로 8.5%(138건) 늘어 매물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그 밖에 Δ구로구(1439건→1561건, 8.5%↑) Δ금천구(591건→639건, 8.1%↑) Δ노원구(2952건→3152건, 6.8%↑) Δ도봉구(1191건→1270건, 6.6%↑) Δ송파구(2440건→2582건, 5.8%↑) 등이다.

중개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을 보면 아직 급매물이 쌓이는 수준은 아니지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매도 문의가 예전보다 늘어나고 있다”며 “매도·매수자 간 힘겨루기 상황에서 사정이 여의치 않은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가 다주택자·법인 세금을 내년부터 대폭 강화하면서 이들 급매물도 연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매물은 조금씩 늘어나는 데 반해 매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매수우위지수도 눈에 띄게 하락했다. KB부동산 조사에서 7·10 부동산대책 직전 154.4까지 치솟았던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이후 8주 연속 둔화해 101.5까지 떨어져 기준선(100)이 임박했다. 강북 지역은 지난주 99.3을 기록, 12주 만에 먼저 기준선 아래로 내려오며 ‘매수자 우위’로 전환했다. 강남도 103.4로 기준선에 근접했다.

이 지수는 KB가 협력 부동산중개업체를 대상으로 주택 매도자와 매수자 중 어느 쪽이 많은지를 설문해 산출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매수자가,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매도자 우위 시장이 지속됐으나, 이달 들어 매수자 우위로 무게 추가 이동하는 모습이다.

KB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부동산 관계 법령 통과로 6·17, 7·10 대책 등의 규제 영향이 본격화하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전반적인 매수 문의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수 문의가 전반적으로 줄면서 집값 상승률도 둔화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지난주 0.01%를 기록, 보합권으로 내려앉으면서 마이너스(-) 진입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 주택형은 지난달 초 22억2000만원에 거래된 뒤 호가가 23억원 이상으로 뛰었다가 매수세가 붙지 않자 이달 호가가 22억원 아래까지 떨어졌다. 인근 개포동 성원대치아파트 전용 49㎡는 14억5000만원까지 호가하다 매수세가 주춤해지면서 13억원 중반에도 매물이 나온다. 31억원까지 호가하던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 전용면적 106㎡는 28억5000만원에도 매물이 나온다.

감정원 관계자는 “현재 규제와 코로나 여파로 거래절벽인 상황에서 치열한 눈치작전이 벌어지며 고가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를 낮춘 매물들이 발견되고 있다”며 “매수 관망세가 심화하고 매물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하면 집값 하락 지역들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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