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애인 표준사업장, 공공기관의 관심 절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전국에 걸쳐 비 피해가 나더니 수그러드는 듯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금 확산되고 있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모든 먹구름 뒤에는 햇볕이 있다고 했던가. 그 숨은 희망을 끄집어내서 골고루 나누어주고 싶은 요즘이다.

물에 잠긴 소들을 둑 위로 힘 모아 끌어내는 마을 사람들, 답답한 마스크 하나에 자신의 생명을 의지한 채 감염병동을 지키는 의료진들, 어려운 경영 상황에서도 장애인고용을 유지하는 장애인 표준사업장 사업주들. 그들이 이 어려운 시기에 희망의 표상이다. 2002년 3개의 사업장으로 시작해 2020년 6월 30일 기준 408개의 사업장까지 증가한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제조업과 서비스업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정보기술(IT) 직무 중심의 일자리 발굴까지 업종과 직무를 다양화하고 있다.

지난 ‘2020 장애인고용촉진대회’에서 장애인 일자리 발굴에 기여한 공로로 철탑산업훈장을 받은 오픈핸즈(주)는 단순 직무 위주의 장애인 일자리에서 벗어나 IT 관련 직무에 장애인을 채용하고 있다. 모기업인 삼성SDS(주) 업무 특성에 맞는 일자리를 발굴해 현재 IT 직무에 장애인 노동자 122명이 근무하고 있다. 여성 장애인의 비율도 38% 이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고용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 장애인과 함께 성장하며 매출까지 증가한 기업도 많다. 한국자재산업은 2011년 비닐하우스 설치기업으로 창업해 이후 산업용 세척제를 생산하며 자재 유통까지 확대해 창업 초기 3명에 불과했던 근로자가 40명으로 늘었다. 이 기간 2명에 불과했던 장애인 노동자도 현재 11명으로 단기간에 450%나 증가했다.

하지만 장애인과 장애인 표준사업장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다. 장애인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고려조차 안 하는 경우도 많아 실제로 50인 이상의 기업이 지켜야 하는 장애인 의무고용률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에서 생산한 서비스와 제품의 품질이 낮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의심도 여전히 존재한다.

다행인 것은 공공기관 대상으로 장애인 표준사업장 생산품 구매목표 비율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 덕분에 장애인 표준사업장의 판로를 늘려 지속 가능한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구매 목표 비율이 0.3%에서 0.6%로 높아졌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서는 장애인이 생산한 서비스와 물품을 판매할 기회가 많아진 셈이고 편견을 깨뜨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

장애인고용공단은 공공기관의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관련 서비스와 제품을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판매가 어려워지면서 판로 확보를 위해 온라인을 활용한 언택트 마케팅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든 상황이다. 장애인이 중심이 되는 표준사업장의 경우는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공공부문에서 장애인 표준사업장의 고용 안정과 생산품 소비에 더 관심을 가져주어야 한다. 이러한 관심 속에서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다.

먹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비칠 때 장애인 표준사업장에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함께 일하고 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노동자들의 환한 웃음을 보고 싶다.
#공기업감동기업#기업#한국장애인고용공단#기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