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콘텐츠기업 꿈꾸는 게임사, 엔터업계로 영역확장 가속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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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히든시퀀스 2대 주주로
배틀그라운드 활용 영화 등 계획… 엔씨소프트-넥슨 등도 투자 나서
넷마블-빅히트 협업 대표적, BTS 앞세운 모바일게임 예약도

국내 게임사들이 영화, 드라마, 웹툰 콘텐츠 투자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지식재산(IP)을 활용한 다양한 수익모델을 확보해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조치다.

게임사 크래프톤은 26일 드라마 제작사 히든시퀀스의 2대 주주에 올라섰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서바이벌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활용해 드라마, 영화 등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히든시퀀스는 tvN 드라마 ‘미생’, ‘시그널’ 등을 기획한 이재문 프로듀서가 대표로 있는 회사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IP를 e스포츠, 드라마, 영화,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 포맷으로 확장하고, 게임화가 가능한 원천 IP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뿐만이 아니다. 대형 게임사들은 최근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사업 확대 움직임을 잇달아 보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클렙을 설립하고 김택진 대표의 동생 김택헌 엔씨소프트 수석부사장을 대표에 앉혔다.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리니지, 아이온 등 인기 게임의 IP를 활용한 영상, 웹툰 등의 콘텐츠 개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넥슨도 6월에 약 15억 달러(약 1조7850억 원)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특화된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센터를 세우기도 했다.

게임사들이 엔터테인먼트로 눈을 돌리는 것은 게임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진 측면이 크다. 새로운 게임을 개발해 성공시키기가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캐시카우(현금 창출원)가 필요해진 것이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리니지M’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바람의나라: 연’ 등 최근 인기를 얻은 게임들의 공통점은 다 인기 IP를 기반으로 스핀오프(기존 작품의 형식이나 장르를 바꿔 선보이는 것) 형태로 나온 것이라는 점”이라며 “인기 IP가 성공의 보증 수표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졌다. 이들은 자사가 보유한 IP를 다양하게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게임사들과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모두 IP를 활용한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의 변신을 추구하고 있어 두 업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해석했다.

넷마블과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넷마블은 2018년 사명에서 아예 ‘게임즈’를 떼어내며 다양한 신사업 추진 의지를 밝혔고,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빅히트도 연예기획사를 넘어 종합 콘텐츠 회사로의 성장을 꾀하고 있다. 빅히트의 2대 주주(25.71%)이기도 한 넷마블은 최근 빅히트 소속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앞세운 모바일 게임 ‘BTS 유니버스 스토리’의 사전예약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게임사들의 엔터테인먼트 분야 투자로 게임사들이 게임 개발 단계부터 영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개발 등을 고려한 종합 전략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형섭 상명대 게임학과 교수는 “게임과 엔터테인먼트는 본질적으로 ‘원소스 멀티유스’ 속성을 갖고 있다”며 “두 분야의 협력은 전 세계적으로 성공 사례도 많은 만큼 한국에서도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게임#엔터테인먼트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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