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택매매 14만건 역대 최다… 전방위 규제에도 ‘패닉바잉’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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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전국 매매 거래량 발표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량이 2006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7월 기준으로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한 건수도 역대 최고치였다. 정부가 대출, 세제 등 전방위적 규제를 내놓았지만 부동산 시장의 ‘패닉 바잉’(시장 공포에 따른 매수)과 다주택자들이 처분보다는 증여를 택하는 현상을 막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20일 발표한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14만1419건으로 1개월 전인 6월(13만8578건)보다 2841건(2.1%) 늘었다. 1년 전(6만7349건)과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7월 주택 매매량으로는 역대 최고치이자, 월간 매매량으로 따져도 2006년 11월(17만3797건)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7월 주택 매매가 급증하면서 올해 1∼7월 누적 주택 매매량은 76만2297건으로 지난해 연간 매매량(80만5272건)에 육박했다. 이는 실거래가 신고일 기준이라 6월에 계약한 뒤 7월에 신고한 거래도 포함됐다.

이런 현상은 서울 등 수도권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지난해 7월 대비 올해 7월 주택 매매량이 줄어든 곳은 17개 시도 중 대전 한 곳뿐이었다. 서울의 주택 매매량은 1년 전의 2.2배, 경기는 2.4배, 인천은 1.5배로 늘었다. 특히 지난달 세종시 매매량(1666건)은 행정수도 이전 이슈로 1년 전(330건)의 5배로 늘었다.

부동산 비수기인 7월에 전국적으로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정부 규제가 더 강화되기 전에 젊은층 위주로 서둘러 주택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8·4대책’ 등을 통해 수도권에 127만 채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7·10대책’ 이후 전세 매물이 부족하니 차라리 집을 사자는 심리까지 더해진 결과”라며 “정부가 공급 대책을 예고했지만 당장 공급되는 게 아니다 보니 기대감이 낮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입자 중 30대 이하 비율은 36.9%로 1년 전(31.9%)보다 약 5%포인트 증가했다. 성동구, 동대문구, 성북구, 서대문구, 마포구, 강서구, 구로구, 영등포구, 관악구는 30대 이하 아파트 매입 비율이 40%를 넘었다. 서울 강남권에 비해 가격이 낮으면서도 직주 근접성이 좋은 지역들이다.

덩달아 아파트 증여도 급증했다. 지난달 아파트 증여 건수는 1만4153건으로 2006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올해 1∼6월 월 6000여 건에 머물던 아파트 증여는 지난달 두 배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증여세 최고세율은 50%로 양도소득세 최고세율(62%·내년 6월부터 72%)보다 낮아 이전부터 다주택자 사이에서는 주택을 처분하기보다는 증여하는 걸 선호해 왔다. 이달 12일부터 취득세 최고세율이 기존 3.5%에서 12%로 대폭 오르자 지난달 증여가 대거 몰린 것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보니 주택 처분보다는 증여를 택하고 있다”며 “취득세 인상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증여가 몰린 것이라 이달 이후에는 평소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이새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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