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된 ‘단발성’ 공급대책…연간 공급량, 전 정부보다 2000가구↓

  • 뉴스1
  • 입력 2020년 7월 21일 0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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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와 강남구 일대 아파트 전경. 2020.7.19/뉴스1 © News1
서울 광진구와 강남구 일대 아파트 전경. 2020.7.19/뉴스1 © News1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카드를 백지화하고 공공부지 확보와 도심 용적률 상향 등을 담은 공급대책을 이달 말 발표한다. 전문가들은 단발성 공급책보단 주택수요층의 불안감을 씻을 수 있도록 시장에 지속적인 공급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부지 확보는 없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대신 국가 소유의 골프장이나 공공기관 보유 부지 등을 전수조사해 공급부지를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공급대책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을 막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부지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골프장 부지 개발에 반대를 표명했던 국방부는 대통령 발언 이후 태릉골프장 부지를 포함 주택공급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용적률을 상향하고 혁신도시 이전기관의 기존 서울부지 등을 모두 끌어모아 5만~7만가구의 서울 주택공급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의 공급계획 발표에도 서울 집값이 안정화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여전히 불안한 것은 수요가 정부의 공급신호와 어긋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수도권 공급대책을 발표하며 총 77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서울 내에 공급하기로 한 물량은 11만가구에 이른다. 현 정부 들어 지난해까지 서울 아파트의 연평균 준공 실적은 3만9734가구로 전 정부에 비해 높다. 그러나 여기에 재건축과 재개발로 사라진 멸실가구를 감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파트 총량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2017년 멸실가구는 1만4738가구로 2010년 멸실 자료를 수집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9년은 사상 처음으로 2만가구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총량으론 같은 해 준공된 아파트의 절반이 사라진 셈이다. 현 정부에서 순수 공급분에 멸실분을 뺀 실질적인 공급량은 연평균 2만5000가구로, 전 정부의 평균치보다 2000가구 적다.

반면 주택수요층인 서울의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에 살고 있는 가족은 432만7605가구에 달한다. 올해 6월 기준으론 438만4076가구를 기록해 6개월 만에 6만가구 가까이 증가했다. 가파른 인구 증가에 비해 주택을 실제 소유한 가구, 즉 자가점유율은 40%에 머물고 있다. 인천과 경기도 인구 133만명 중 서울로 출퇴근하거나 통학하는 이들도 서울의 잠재수요층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결국 둔화하는 공급량과 늘어나는 주택수요가 집값상승을 부추기는 직접적인 요인이다.

즉 주택시장 불안의 원인을 수급 불균형에서 찾을 수 있다. 시중에 돈이 풀리기도 했지만 수요가 있는 지역에 공급이 여의치 않아 값이 오르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재건축 규제, 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으로 강남권을 중심으로 수도권 주택 공급은 크게 줄었고, 그 여파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지금의 공급대책의 효과도 2∼3년 뒤 나타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수급의 미스매치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잔불 끄기’에 머물고 있는 단발성 공급대책 대신 수요층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주택공급 시그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멸실과 공급을 등의 요인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급계획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어떤 방식을 써서라도 시장과 수요층에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주택공급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간의 집중처방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고 일부 규제 완화를 통해 대기 수요의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는 것이다.

임미화 전주대 교수는 교육정책을 활용한 주택시장 안정 해법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과거 강남 개발 당시 강북에 위치했던 사립고등학교들을 이전시켰던 사례를 거울삼아 주택 시장을 단순한 가격 문제로 보기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을 구조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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