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코로나發 언택트 열풍, 이젠 기업생존의 필수요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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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산업, 패러다임 대전환 없인 미래 없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병으로 중국은 사회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겪게 된다. 특히 소비자들의 외출 자제와 비대면 선호로 인해 온라인 쇼핑 분야가 본격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의 e커머스를 주도하고 있는 알리바바와 징둥(JD닷컴)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코로나19 역시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가 서비스 제공자와의 접촉을 원하지 않는 ‘언택트(Untact) 열풍’을 불러왔다.

소비자들의 언택트 성향 증가로 국내 유통시장은 온라인 중심으로의 시장 재편,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의 성장, 라이브커머스와 D2C(Direct-to-Consumer)의 발전 등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0년 5월 2호(297호)에 소개한 스페셜리포트 ‘기존 유통산업, 패러다임 대전환 없인 미래 없어’를 요약 정리한다.

○ 유통의 메가트렌드로 부상한 ‘언택트
사실 언택트 트렌드는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최근 국내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욜로(YOLO), 소확행 등 트렌드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이들 트렌드는 모두 1인, 개인화, 자기중심, 타인과의 소통 등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언택트 현상이 빠르게 증가하는 데는 최근 발발한 코로나19가 ‘트리거’ 역할을 했지만 국내에서 언택트가 하나의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언택트는 20, 30대 중심의 ‘불필요한 대인관계 회피’를 위한 언택트였다면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언택트가 전 연령층으로 확대되면서 이제는 언택트를 선호하는 이유가 편의성과 안정성 중심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언택트 트렌드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오프라인 유통을 주로 이용하던 50, 60세대에게도 코로나19 사태는 온라인 쇼핑의 편의성을 경험하고 학습하는 계기가 됐다.

○ 라이브 커머스와 AR·VR 등 신(新)유통채널
유통업계는 소비자들의 언택트 성향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미래 유통기술 발전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유통가에 등장하기 시작한 무인 계산대, 모바일 주문 및 결제 시스템, 무인점포, 드라이브스루, 챗봇 등이 언택트의 구체적 예다.

신(新)유통채널의 부상도 눈에 띈다. 최근 실시간 영상과 소통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티몬 등 일부 e커머스 중심으로 시도되던 라이브 커머스가 코로나19로 장기 침체에 빠진 오프라인 유통사의 생존을 위한 판매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네이버쇼핑과 제휴를 맺고 라이브 커머스인 ‘백화점 윈도 라이브’를 진행해 기존 매출 대비 큰 폭의 매출 성장을 달성하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는 스트리밍 비디오와 e커머스가 결합한 새로운 개념으로 e커머스에서도 오프라인에서 직접 대면·소통하는 경험과 유사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당한 장점과 경쟁력을 가진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의 장점을 살펴보면 먼저 판매자와 구매자 간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댓글을 통해 시청자의 적극적 참여가 가능하고 판매자의 피드백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쇼핑도 더욱 고도화, 보편화되고 있다. AR, VR 기술은 온라인의 단점인 실제 체험 및 경험을 할 수 없는 점을 보완해줌으로써 향후 온라인 쇼핑의 성장을 더욱 촉발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AR, VR의 가장 큰 장점은 고객들이 심리적, 물리적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으면서도 고객 경험을 개인화, 맞춤화할 수 있는 능력인데 이는 미래 유통시장에서 핵심적인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AR, VR 기술을 통해 유통업체들은 고객에게 새롭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상품 제시와 판매가 가능할 것이며, 고객은 시공간을 초월한 AR, VR 가상 스토어에서 새로운 쇼핑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실제 알리바바, 이베이, 이케아 등의 유통회사와 애플, 세포라 같은 소비재 기업들이 일부 서비스에 AR, VR를 활용하고 있다.

○ D2C로 제조업체 유통의 혁신 시작
D2C는 제조업체가 중간 유통상, 오프라인 매장, 온라인 플랫폼 등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소비자와 직접 대면 판매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제조업체의 제품이 온·오프라인 도매상을 거쳐서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복잡한 고비용 유통단계를 거쳤다면 D2C에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자사 판매 플랫폼으로 유도해 판매가 완료되는, 보다 효율적 방식으로 진행된다. D2C는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 이용자와 소통하고 트렌드를 파악해 마케팅과 신제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효과적인 충성고객 관리도 가능하다.

코로나19 상황이 단기간 내 종식된다면 대면 접촉과 외부 활동을 꺼리던 사람들이 다시 오프라인 유통 매장에 몰리면서 대형마트, 백화점의 수요가 살아나고 상대적으로 온라인 매출은 다소 감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온라인 강세가 지속되고,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침체가 가속화될 것이며, 특히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의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새로운 전염병이 계속 발현될 수 있고, 이번에 경험하고 학습된 언택트 문화가 정착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아무래도 우리는 후자를 예상하고 준비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 부회장 jys18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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