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해외로, 삼성은 국내에…‘생산전략’ 엇갈린 이유

  • 뉴스1
  • 입력 2020년 5월 21일 1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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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 회장/ 뉴스1 DB ©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 회장/ 뉴스1 DB © 뉴스1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전자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핵심 사업의 생산기지 운용 전략을 두고 상반된 행보를 보여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삼성전자가 경기 평택에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생산라인을 신규로 구축하기로 한 가운데, LG전자는 경북 구미에 있던 TV 생산라인 6개 중 2개를 인도네시아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TV와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동일선상에 놓고 양사의 전략을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주요 정책으로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복귀)’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과 LG의 선택이 갈린 점을 두고 이목이 쏠린다.

21일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캠퍼스에 반도체 EUV(극자외선) 파운드리 생산 시설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달 라인 공사에 착수했으며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초 화성에 EUV 전용라인을 구축한 뒤 올초부터 본격 생산에 나서고 있다. 건물 구축과 대당 1500억원 이상의 EUV 전용 장비 도입 등을 감안하면 투자 규모는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교롭게도 하루 전날인 지난 20일 LG전자는 경북 구미에 있는 6개 TV 생산라인 중에서 2개를 인도네시아 찌비뚱(Cibitung) 공장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공장을 아시아 시장 전담 공급 거점 생산지로 육성해 글로벌 생산지 효율화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구미에 남아있는 TV 생산라인은 고부가 프리미엄 올레드(OLED) TV 중심으로 생산하는 ‘마더 팩토리’로 두겠다는 것이다.

하루 늦게 경쟁사와 정반대 투자 행보를 발표한 데 대해 삼성전자 측은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과는 무관하게 내려진 결정이며, 이미 1년 전부터 사실상 확정된 투자 계획이란 입장이다.

업계에선 지난해 4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직후부터 평택에 신규 파운드리 라인 증설이 추진됐던 것으로 분석한다.

재계 한 관계자도 “삼성전자가 지난해 발표된 반도체 비전의 구체적 실행 전략으로 평택에 신규 파운드리 라인 건립을 발표한 것인데 어쩌다보니 시기가 경쟁업체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리쇼어링 정책에 적극 화답하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삼성전자가 해외에 있던 생산 라인을 철수하고 국내에 들여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단순 투자’ 전략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다.

LG전자 입장에선 TV 생산라인 해외 이전 계획을 발표한 지 하루만에 삼성전자가 국내 신규투자를 밝히며 대조적으로 비춰지는 모습에 황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LG전자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산라인 이전을 추진해왔으며 노동조합 등 구성원들과도 많은 논의를 거쳐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라인 이전 과정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진행하지 않을 것이며 기존 인력들을 다른 사업장으로 재배치해 고용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LG전자가 TV 생산라인 일부를 이전하게 된 것도 인건비, 재료비 부담이 큰 제조업 기반에서 비용 효율화를 위해 내린 불가피한 결정일 것이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한편으로는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 추진이 아직까진 ‘시행 초기’ 단계이지만 실제 효과로 나타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근로 환경, 투자 입지, 노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에서 이점을 높일 만한 획기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2월 발표한 ‘2017~2019년 한국·프랑스·미국 경제정책 및 실적 비교’ 보고서에서 정부를 제외한 민간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미국은 95.8%에서 82.6%로 하락한 반면, 한국은 78.1%에서 25.0%로 대폭 줄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가계소비, 기업투자 등 민간경제의 활력이 빠르게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감세, 규제완화, 노동개혁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한 미국과 프랑스는 세계성장 둔화에도 우수한 경제성과를 거뒀다”며 “우리나라도 기업활동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전환해 민간활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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