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감축 대신 4조 3교대→5조 3교대…기업들 “경영난 6개월 고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7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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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는 최근 생산직 근무 체계를 기존 4조 3교대에서 5조 3교대로 전환하기로 하고 노사협의에 들어갔다. 휴무조를 한 개 더 늘리면 인건비를 기존 대비 20% 가량 줄일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비상경영 상황 속에서 일자리를 줄이지 않고 나누자는 취지다. 이미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마친 가운데, 이르면 다음달 중 일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에 새로운 근무 체제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전자업계 관계자는 “사무직도 주4일 근무로 축소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업마다 인건비는 줄이면서도 인력조정까진 버텨보기 위해 온갖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초토화가 된 항공업계와 여행업계 고민이 커지고 이다. 최근 국내 최대 여행사 하나투어는 설립 이래 처음 무급휴직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다음달 1일부터 8월 31일까지 80% 가량 임직원들이 무급휴직에 들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LCC)도 모두 순환휴업과 휴직 등을 활용해 인건비 절감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 대기업도 ‘일자리 나누기’에서 인력감축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점이다. 버틸 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당장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 없이 긴축 재정으로 버티고 있지만 사태가 지속될 경우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종업원 300명 이상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 120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 현황’을 조사한 결과, 경영위기 극복방안으로 △금융자금 조달 등 유동성 확보(22.5%) △휴업·휴직(19.4%) △급여 삭감(17.5%) 등 순으로 응답했다고 밝혔다. 당장 인력 감축을 계획 또는 진행 중이라고 대답한 기업은 8.8%에 불과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이 6개월간 지속될 경우에는 인력 감축을 암시한 응답기업 비중이 32.5%로 3.7배 늘었다. 세부적으로는 응답 기업들이 현재 상황이 계속될 경우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한계기간은 0~2개월 6.6%, 2~4개월 16.7%, 4~6개월 9.2%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1월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요건이 완화된 이후에도 대기업들이 여전히 요건 충족을 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실제 설문 결과 휴업·휴직을 시행하고 있지만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대기업 비중은 80.6%에 달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는 ‘지원요건 미충족(72.0%)’이 가장 많았다. 휴업 및 휴직기간 요건이 1개월 이상인데 대기업은 주단위로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편이다. 또 대기업은 ‘매출액 또는 생산량 15%, 재고량 50% 증가’ 요건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밖에 신규채용을 하거나 인원을 줄여 지원금을 반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4.0%)도 나왔다.

이에 대기업들은 고용대란을 막기 위한 정부의 정책지원으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요건 대폭 완화(37.5%)를 첫 번째로 꼽았다. 최저임금 동결(19.2%)과 긴급융자제도 도입(14.9%) 등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경영위기에도 휴업·휴직을 실시해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대기업에 대해서도 고용유지지원금이 원활히 지급될 수 있도록 지원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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