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멈춰서는 美-유럽 공장… 전자업계 “2분기가 두렵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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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반도체업체들 가동중단 등 해외 공급망 곳곳서 적신호
삼성은 슬로바키아 TV공장 휴업… 반도체산업協 “대체인력 확보” 권장
증권가 “2분기부터 실적 하락” 전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과 미국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전자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자업계의 공급망과 연결된 각 지역의 공장이 코로나19 영향으로 폐쇄된 데 이어 국내 기업의 해외 생산 시설도 가동을 멈추는 사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업계는 올해 2분기(4∼6월)부터 각 기업의 실적이 하락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대비해 대체 인력을 추가로 확보할 것을 권장하는 내용의 대응 지침을 전달했다. 반도체산업협회 측은 “공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상당수의 인력이 격리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대체 인력을 확보해 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생산은 수백 가지 공정을 거쳐 이뤄지는 만큼 24시간 가동이 필수적이다. 아직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의 국내외 반도체 공장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가동이 중단된 사례는 없다. 하지만 잠시라도 가동이 중단되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추가 인력을 채용해서라도 만약의 비상 사태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이미 유럽, 미국 등에서는 반도체 공급망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세계 1위 반도체 식각장비 업체인 램리서치는 17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자택 대기’ 명령에 따라 프리몬트, 리버모어에 위치한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또 다른 반도체 장비 제조사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AMAT)는 캘리포니아주 본사 인원이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자외선(EUV)용 노광장비를 만드는 네덜란드 ASML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상적으로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생산 라인을 추가로 갖추는 중인데 사태가 장기화되면 장비 조달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자업체의 국내외 가전·스마트폰 공장에서도 코로나19 확산 탓에 생산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23일부터 슬로바키아의 TV 공장 가동을 1주일 동안 중단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측은 “슬로바키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공장 조업 중단을 권고하고 있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전자업계는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에 위치한 삼성전자·LG전자의 다른 가전 공장도 연이어 가동을 중단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공급 차질에 대비해 구미 2사업장에서 생산하던 ‘갤럭시 S20’ 일부 물량을 베트남 공장으로 돌리기도 했다.

전자업계는 일단 올해 1분기(1∼3월) 실적은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언택트(비대면)’ 소비 확대와 재택근무 확산으로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단기적으로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공기청정기, 의류관리기 등 위생 가전 판매량의 증가로 LG전자도 영업이익 감소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분기(4∼6월)부터다. 증권가는 유럽, 미국 지역의 경제 활동이 얼어붙기 시작하면서 모든 반도체와 전자제품의 수요가 줄어들고, 각 기업의 실적 하락세가 본격화되는 시점을 2분기로 전망하고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스마트폰, TV, 가전제품 등 완성품은 2분기부터 판매량이 하락할 것”이라며 “반도체 수요 역시 하반기부터 꺾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코로나19#전자업계#해외 생산 시설#영업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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