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전기車 배터리 분사’ 없던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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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만큼 실익 거두기 힘들듯”…임원진 회의끝 추진 중단 결정
‘분사 태스크포스’ 운영도 종료

LG화학이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만드는 전지사업본부를 분사해 독립법인으로 만들려던 계획을 사실상 중단했다. 8일 LG 관계자는 “전지사업본부 분사 계획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지난주 고위 임원들의 회의 끝에 ‘기대했던 만큼 실익을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분사 작업을 위해 구성했던 태스크포스(TF) 운영도 종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본격적으로 전지사업본부 분사 작업을 시작했다. 이르면 올해 7월경 전지사업본부를 떼어내 LG화학 자회사로 두고 이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할 계획이었다. LG 관계자는 “LG화학은 그동안 석유화학이 벌어들인 돈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투자해왔다”라며 “하지만 최근 석유화학 업황이 침체되는 데 비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추가 설비 투자 등 들어갈 돈은 더 많아지고 있다. 자금 부담을 덜기 위해 LG화학이 선택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분사 후 IPO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구광모 ㈜LG 대표의 ‘선택과 집중’ 경영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LG화학은 IPO 과정에서 전지사업본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깨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성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형성돼 있고, 글로벌 대형 완성차 업체와 폭넓게 공급계약을 맺은 LG화학은 큰 주목을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전기차 배터리 매출 대비 낮은 마진, 원재료 공급처 다변화 문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 미국 폴란드 중국 등 해외 생산 공장의 수율 부진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지난달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시장 침체 분위기도 악영향을 미쳤다.

재계 관계자는 “여러 사업상 장애물이 산적한 상황에서 무리한 분사 및 IPO를 할 경우 LG화학의 약점이 고스란히 공개되고, 오히려 시장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LG화학 전지사업 매출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돈이 되는 사업’이라 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전지사업부문 매출은 2017년 4조5606억 원, 2018년 6조5196억 원, 지난해 8조3503억 원으로 매년 급성장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7∼9월) 712억 원 흑자를 낸 것을 제외하고 매분기 1200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냈다.

LG화학 관계자는 “여러 옵션을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lg화학#전기자동차#배터리#분사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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