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하고 달달… 파스타에 막걸리 즐기는 젊은층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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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술’ 딛고 제2 전성기


“여기 봉골레 파스타 하나랑 수제 막걸리 한 병 주세요.”

파전이 아니라 파스타와 막걸리, 전혀 궁합이 맞지 않는 듯한 이 조합은 서울 강남의 한 유명 레스토랑에선 이제 익숙한 상황이 됐다. 테이블에 놓인 와인 잔에는 붉은색 레드와인 대신 하얀 빛깔 막걸리가 담겨 있었다. 와인잔에 막걸리를 따라 인증샷을 찍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오리지널 막걸리 말고도 리코타치즈를 넣어 만든 이색 막걸리도 눈길을 끌었다.

전통주점이나 등산로 주변에서나 볼 수 있었던 막걸리가 젊은 소비자들의 열광에 힘입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걸쭉하고 독한 기존 막걸리와 달리 달달하고 순한 막걸리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신세대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소매점의 막걸리 매출액은 2012∼2016년 3000억 원 수준에서 정체하다가 2017년 3560억 원으로 뛰었고, 지난해엔 9월까지 3087억 원어치 팔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4% 증가했다.

서울장수주식회사가 22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 ‘인생막걸리’는 출시 4개월 만에 100만 병이 팔렸다. 전통주 신제품이 단기간 동안 100만 병 이상 판매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제품명은 물론이고 디자인도 기존 막걸리와 차별화를 뒀다. 제품에는 #달달상큼, #인생목넘김, #반해따 같은 젊은층이 많이 쓰는 인터넷 용어와 해시태그가 붙어있다. 녹색 병에 제품명만 써놓았던 기존 제품의 밋밋한 디자인과는 딴판이다.

알코올 도수도 이전 제품보다 1도 낮은 5도로 순한 편이다. 서울장수주식회사 관계자는 “소비층을 20, 30대 젊은층으로 확대하기 위해 맛과 디자인에 변화를 준 게 판매에 큰 영향을 줬다”면서 “SNS 인증샷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량이 매달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순당이 지난해 출시한 ‘1000억 유산균’ 막걸리도 젊은 소비자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인생막걸리와 마찬가지로 도수를 5도로 낮추고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유산균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일반적으로 막걸리 1병에는 1억 마리의 유산균이 있는 반면 이 제품에는 1000억 마리의 유산균이 함유돼 있다. 가격은 3200원으로 일반 막걸리의 3배에 가깝지만 한 달에 10만 병가량씩 팔리고 있다. 국순당 관계자는 “기존 막걸리에 거부감이 있는 젊은층을 끌어오기 위해 바나나 막걸리, 유산균 막걸리 같은 제품들을 계속 내놓고 있다”면서 “봄 시즌에는 벚꽃 패키징을 한 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5년 업계 최초로 낮은 도수(5도)의 막걸리를 내놓은 지평주조의 매출액도 2014년 28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166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평주조는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해 막걸리 판매 채널을 최근 편의점까지 확대했다.

젊은층의 주류문화가 바뀐 것도 막걸리의 재조명에 영향을 줬다. 독한 술로 폭음을 하기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맛있는 술을 먹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막걸리 시장에서도 1만 원 이상의 프리미엄 제품이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집에서 먹는 홈(Home)술, 혼자 마시는 혼술 문화가 나타나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되면서 좀 더 특이하고 맛있는 술을 찾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파스타#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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