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이후 GDP-투자-고용 증가율 동반 하락”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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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학술대회서 文정부 성과 평가
정부, 민간소비 증가 내세우지만… 수입품에 지출 빼면 미미한 정도
“소주성은 달콤한 사탕같은 이론”

‘소득주도성장은 달콤한 사탕 같아 보이는 이론일 뿐이다. 투자와 고용 부진으로 잠재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14일 한국 경제학자 1500여 명이 참가한 ‘2019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첫 주제발표에서 나온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평가다. 한국경제학회가 성균관대에서 주최한 이날 학술대회에서 서강대 경제학부의 최인, 이윤수 교수는 현 정부 핵심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의 성과를 실증 분석한 ‘신정부 거시 경제 성과의 실증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시기(2017년 7월∼2018년 9월)와 박근혜 정부 시기(2013년 1월∼2017년 6월)의 경제 성과를 비교한 자료다. 경제학계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를 실증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르면 현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직전 정부보다 0.13%포인트 줄었고 투자 증가율은 5.14%포인트 감소했다. 현 정부 들어 고용 증가율은 2.07%포인트 줄었다. 이는 이번 정부와 직전 정부의 경제 성과를 연간으로 환산한 수치에다 계절적 요인 등 일시적인 효과를 제외해 분석한 것이다. 최 교수는 “설비투자의 급격한 감소와 고용 감소 때문에 잠재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이 정책 추진 성과로 내세우는 민간소비 증가에 대해 연구진은 의문을 제기했다. 현 정부 들어 소비증가율이 과거 정부보다 늘어나긴 했지만 이는 외국에서 수입된 제품에 대한 소비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서비스업생산지수를 보면 수입 소비가 영향을 미치는 도·소매업 등을 제외하고, 국내 순수 소비라고 볼 수 있는 음식점업, 숙박업, 예술, 스포츠업에서 모두 생산이 줄었다”며 “수입 소비를 제외하면 실제 민간소비 성장률 증가분은 0.46%포인트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 정부 들어 고용 부진이 두드러지지만 임시직과 일용직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줄어든 점이 특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저소득층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 수입과 소비를 늘리려던 소득주도성장의 당초 취지가 먹히지 않는다는 의미다.

최 교수는 “주요 경제학 이론과 비교해 100분의 1도 인용되지 않는 소득주도성장 이론이 한국에서 부각되고 있는 건 ‘성장과 분배라는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다’는 달콤한 설명 때문”이라며 “정치인에게 달콤한 사탕 같이 보이는 이론”이라고 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소득주도성장#gdp-투자-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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