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에 빠진 바이오업계 “삼바 고의 분식회계, 예상 못한 최악의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4일 21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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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고의적인 분식회계 결정을 내리면서 향후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국거래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코스피 거래정지를 발표했고 상장폐지까지 검토하는 상장적격성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히는 바이오산업의 미래에도 대형 악재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산업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 “삼성바이오, 2015년만 일부러 회계 바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사와 합작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며 회계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처리했다. 단독으로 지배하는 회사란 의미다. 이 때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을 살 수 있는 콜옵션(주식매수 청구권) 계약도 맺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갑자기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꿨다. 바이오젠사와 공동 지배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로 가치가 커져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 지배력을 키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분식회계가 있다고 봤다. 회계기준이 ‘관계회사’로 바뀌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가치도 높아졌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증선위가 금감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증선위는 분식회계 판단 이유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처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합작계약서나 내부 문건을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관계회사’였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뒤늦게라도 관계회사로 바로잡은 것이 무슨 문제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이에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 문건에 주목했다. 증선위는 이 내부 문건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일부러 2015년부터 관계회사로 처리한 정황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2012년부터 관계회사로 처리할 이유가 명확히 생겼는데 2015년부터만 처리한 것은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 “상장폐지 가능성은 낮아”

한국거래소는 영업일 기준 15일 이내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이 상장폐지 대상인지 판단하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벌인다. 심사가 신속히 이루어지면 거래정지는 수일 내에 풀릴 수 있다. 하지만 기업심사위원회가 주식거래 재개를 위한 개선 기간을 부여하면 최대 1년간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2016년 5조 원 분식회계 수사로 거래가 정지된 대우조선해양은 거래가 풀리는 데 1년 3개월이 걸렸다. 한 증권사 대표는 “심사가 길어질수록 시장 혼란도 커지기 때문에 거래소가 정말 신속하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위원장도 “한국거래소가 2009년 2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제도를 도입한 뒤 16개 회사가 심사에 올랐으나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따른 상장폐지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주식 투자자들도 이날 상장 폐지 가능성을 낮게 보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투자 불확실성 해소를 호재로 본 것이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전날 대비 6.70% 상승한 33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이날 증선위 발표와 동시에 주식거래가 정지되면서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식을 살 수도 팔 수도 없게 됐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현재 8만175명(작년말 기준)의 개인투자자들이 5조2000억 원(당시 종가기준) 어치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 바이오업계 “예상 못한 결정” 충격

바이오업계는 “예상치 못했던 최악의 결정”이라며 큰 충격에 빠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바이오업계 임원은 “이번 결정은 성장하고 있는 한국 바이오산업의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정부가 과연 바이오산업을 성장시킬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시가총액 73조 원 규모 바이오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월 세계 최대 규모인 제3공장 가동으로 글로벌 최대 CMO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의약품 위탁생산은 해외 제약사들과 10년 이상 장기 계약을 체결해 진행한다. 이 때문에 제약사들은 위탁생산 업체의 도덕성을 중요한 수주 잣대로 삼는다. 투자심리가 위축돼 태동한지 얼마 되지 않은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정부 규제 등으로 바이오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 자체가 위축될 경우 바이오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문제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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