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차별 논란에 복잡한 신청절차… 불만 키우는 빚탕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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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파산위험 증가 우려 커져

부산에 사는 30대 주부 A 씨는 5000만 원의 빚을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 초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일부를 감면받았다. 마침 올 6월부터 회생 제도가 개선돼 채무 변제 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짧아진다는 소식을 듣고 남은 빚을 얼마동안 갚으면 되는지 물었다. 하지만 법원 측은 “개정된 법이 시행된 뒤 회생 인가를 받아야 변제 기간 단축을 적용받을 수 있다”며 거절했다. A 씨는 “서울에서는 이미 개인회생을 진행 중인 사람도 변제 기간이 줄어드는데 부산은 안 되니 불공평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금리 인상으로 취약계층의 파산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채무자의 빚 부담을 줄여주는 ‘채무조정 제도’는 곳곳에서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법원이 개인회생의 변제 기간을 단축하는 기준이 지역마다 달라 “빚을 탕감받는 데 지역 차별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개인워크아웃, 장기소액 연체 탕감 등 다른 제도들도 감면 폭이 낮거나 신청 절차가 까다롭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 “빚 탕감 혜택, 지역 차별”
개인회생은 채무자가 빚을 빨리 털고 경제 활동에 제대로 참여할 수 있도록 법원이 재판을 통해 빚을 감면한 뒤 일정 기간 갚게 하는 제도다. 개정법에 따라 6월 13일부터 개인회생의 변제 기간이 최대 5년에서 3년으로 줄었다. 채무자들이 빚 상환 부담을 빨리 털어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미 개인회생에 들어간 채무자들도 이 같은 변제 기간 단축을 적용받을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되고 있다. 9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각 지역 회생법원 대부분이 이를 소급해 적용할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두지 않았다. 전국 회생법원 14곳 중 서울과 경기 수원만 이미 회생을 진행 중인 채무자에게도 변제 기간 단축을 허용해주고 있다. 나머지는 예외적인 경우만 허용하거나 전면 불허하고 ‘판사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울산에서 개인회생으로 13개월째 빚을 갚고 있는 B 씨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채무자들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이미 3년간 빚을 갚고 4, 5년 차에 들어간 사람들이 억울해한다”고 전했다. 백주선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변호사는 “지방 법원들은 변제 기간을 소급해서 줄여줄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해 채무자들에게 소급 적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10명당 4명, 채무 10% 이하만 감면돼
신용회복위원회가 금융회사와 협약을 통해 채무자의 원리금을 감면해주는 개인워크아웃 제도도 채무 감면율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복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개인워크아웃을 시작한 채무자는 36만720명이었다. 하지만 이 중 약 38%는 채무 조정률이 10% 이하였다. 채무를 70% 이상 감면받은 사람은 2%에 그쳤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초부터 시행 중인 ‘장기소액 연체자’ 채무조정도 신청 절차가 까다롭다는 지적이 많다. 이 제도는 1000만 원 이하의 빚을 10년 넘게 갚지 못하는 사람들을 지원한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만큼 채무조정 요건을 완화해 채무자의 재기를 도와야 한다”며 “그래야 나중에 복지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이건혁 기자
#지역차별 논란#복잡한 신청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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