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불나자… 기관사-관제센터-역무원 영상통화로 실시간 대응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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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철도통합무선망 구축
부산지하철 1호선 가보니

지난달 28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교통공사 운행관제센터에서 직원들이 철도통합무선망(LTE-R) 단말기와 모니터를 통해 열차 내부 객실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교통공사 운행관제센터에서 직원들이 철도통합무선망(LTE-R) 단말기와 모니터를 통해 열차 내부 객실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라이터를 켜라’ ‘설국열차’ ‘부산행’. 이 세 영화의 공통점은 달리는 열차 안에서 일어나는 통제 불능의 상황이라는 설정이다. 객실에서 화재, 응급환자 발생 등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승무원이 직접 사고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속수무책이었다. 음성 아날로그 통신망(VHF)을 통해 일대일 음성통화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철도통합무선망(LTE-R)을 구축한 부산지하철은 무전 중계에만 의존했던 사고 대응을 영상 전송과 그룹통화가 가능한 스마트 연락 시스템으로 전환함으로써 안전성을 대폭 높였다.

지난달 28일 찾은 부산지하철 1호선 노포역 차량기지에서는 재난 발생 시 LTE-R가 어떻게 골든타임을 확보하는지 시연이 열렸다. 승객이 객실 비상전화로 기관사에게 화재 발생 사실을 알리자마자 기관사실 스크린은 해당 객실의 폐쇄회로(CC)TV 화면으로 전환됐다. 같은 시간 범내골역 종합관제센터는 같은 화면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운행 중인 다른 열차들에 운행 중지를 명령하는 안내방송을 보냈다. 관제센터는 상황의 중대성을 판단해 기관사와 역무원에게 현장체크를 지시했다. 해당 직원들은 관제센터와의 영상통화를 통해 CCTV 사각지대까지 송출하며 화재 진압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SK텔레콤 직원이 부산지하철 1호선 기관사실에 설치된 LTE-R 단말기 기능을 시연하는 모습. LTE-R 단말기는 동영상 전송과 그룹통화, 객실 안내방송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 직원이 부산지하철 1호선 기관사실에 설치된 LTE-R 단말기 기능을 시연하는 모습. LTE-R 단말기는 동영상 전송과 그룹통화, 객실 안내방송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SK텔레콤 제공
LTE-R 단말기의 가장 큰 장점은 기동성이다. 기존 VHF에서는 열차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역무원은 불이 얼마나 큰지, 부상자는 없는지 등 객실 상황을 알 수 없었다. 직원이 객차 상태를 확인하고 역사 안 승객들에게 방송을 하려면 다시 방송 송출 시스템이 있는 기관사실이나 사무실로 돌아가야 하는 등 불편함이 많았다. 부산교통공사 김성대 기관사(37)는 “얼마 전 응급환자가 발생해 열차 운행을 멈추고 직접 가야 했는데 휴대용 LTE 단말기로 안내 방송을 하고 승객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양해를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LTE-R는 일반 LTE 망과 별도로 공공통합망주파수 대역(700MHz)을 사용해 트래픽 폭주로 통신이 끊길 위험도 적다.

다른 열차 기관사들도 조종석 앞 스크린을 통해 노선의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선행 열차가 갑자기 멈춰 서는 경우 해당 열차 기관사실과 관제실에서 원인을 찾는 과정이 모든 기관사에게 전달되며 그에 맞게 후속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앞 열차 문제 발견, 약 10분간 정차 필요” 등의 팝업 메시지도 뜬다. 기존에는 관제사가 모든 열차 기관사들에게 일일이 전화로 비상 상황을 알려야 했다.

영상 공유 시스템은 시설물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정만수 부산교통공사 통신설비관제팀장은 “과거 노하우를 가진 베테랑 직원이 현장 출동 직원에게서 상황을 말로만 듣고 지시해 복구 시간이 길었는데 이제 영상을 볼 수 있어 상황 파악이 빨라졌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IoT) 센서로 역사 온습도, 미세먼지, 에스컬레이터 진동과 레일 온도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SK텔레콤은 부산지하철 외에도 김포도시철도, 동해 남부선, 서울 하남선 등 4곳에서 LTE-R 사업을 진행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2027년까지 전국 철도망을 LTE-R로 교체할 계획이다. 현재 경부고속철도를 비롯해 전체 사업 중 90%가 남아 있는 상태다. LTE-R는 앞으로 구축될 재난안전통신망과 연동할 수 있어 경찰, 소방 등 구조요원이 단말기와 상관없이 LTE-R 구축 차량에서 안전한 통화를 할 수 있게 한다. 정부는 2020년까지 재난 대응용 단일 무선 통신망인 재난안전통신망을 전국에 구축할 계획이다. 총 1조7000억 원 규모의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자 선정 심사는 이달 중 진행된다.

부산=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기관사#관제센터#역무원 영상통화#실시간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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