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제사상에 대과 보기 힘들다…가격도 20~30% 오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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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8월 19일 1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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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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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추석 때 대과(大果)를 보기 힘들 거 같아요.”

홈플러스의 전형욱 과일 담당 바이어는 추석을 한 달 가량 앞둔 요즘 비상근무 태세에 들어갔다. 지난 주 충북 충주시에 있는 산지를 방문했을 때 알이 너무 작고 누렇게 떠있는 사과를 보고 충격에 빠졌기 때문이다. 경북 문경시, 안동시, 청송군, 봉화군, 경남 거창군, 전남 무안군 등 다른 산지를 확인해 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보통 박스 당 사과 11~13과로 구성되는 최상급 선물세트를 대폭 줄이고 그보다 아래 등급인 12~16과로 구성되는 선물세트 비중을 늘려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과는 무게가 300g 이상인 큰 과일로 주로 명절 제사상에 오른다. 크기와 색깔, 당도가 대과의 품질을 좌우하는데 올해는 기상이변으로 생육이 부진해 대과를 찾기가 힘들어졌다. 특히 과일 중에서도 기후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사과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의 경우 4월초 개화기 때 사과 꽃이 얼어붙으면서 수정이 잘 되지 않은 게 물량 감소의 원인이 됐다. 게다가 5월 하순에 장마가 시작되면서 낙과(落果)가 많아졌다. 당도 유지를 위해서는 적절한 일교차가 필수인데 7, 8월 지속된 열대야 현상으로 당도마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과 농가에서는 폭염으로 인해 과실을 솎아내는 작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사과 생산량은 해거리(한 해 과실이 많이 열리면 이듬해 수확량이 줄어드는 현상) 때문에 안 그래도 줄어든 데다 낙과피해, 폭염 가뭄 등으로 지난해보다 14% 감소한 46만7000t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들은 대과 시세가 지난해보다 20~30%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통상 신선 선물세트 상품화 작업은 9월 초순부터 이뤄지는데 올해는 작황부진으로 8월부터 바이어들이 산지에 나가 상품의 성장, 품위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폭염의 피해가 덜한 고랭지로 산지를 확대해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량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명절 선물세트 목록에 기존 사과, 배, 감 등으로 이뤄진 전통 선물세트 이외에 다양한 과일을 혼합한 선물세트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사과와 배 이외에 청포도, 골드키위, 망고, 용과 등 열대과일을 혼합한 선물세트와 사과, 배, 멜론을 혼합한 선물세트를 각각 준비했다. 롯데마트도 폭염의 영향을 적게 받은 국산 제주 감귤 및 황금향 세트와 키위, 아보카도 등 수입과일 선물세트를 기존 5% 수준에서 10%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멜론 위주의 선물세트를 전년보다 20% 가량 늘렸다. 작년에는 머스크멜론과 사과·배를 혼합 구성한 세트만 판매했다면 올해는 칸탈로프 멜론과 혼합 구성한 세트를 추가로 기획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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