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27개 차명계좌에 31억 과징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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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실명제前 잔액 62억 확인
모두 계열사 주식… 現2300억 가치
금융위 “실명제 이후 차명계좌도 탈법 목적땐 과징금 징수 추진”
동창회비 등 선의의 경우 제재 안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과징금 부과 대상인 27개 차명계좌의 금융실명제 시행 당시 자산이 61억8000만 원으로 밝혀졌다. 당시 금융자산의 5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도록 돼 있는 현행 금융실명법에 따라 30억90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9일부터 2주간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등 이 회장의 27개 차명계좌를 보유하고 있던 4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5일 밝혔다.

27개 계좌는 현재까지 발견된 이 회장의 차명계좌 1489개 중 1993년 8월 12일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에 개설된 계좌들이다. 금융실명제 실시 당일 증권사별 계좌 잔액을 보면 신한금융투자 13개 계좌에 26억4000만 원, 한국투자증권 7개 계좌에 22억 원, 미래에셋대우 3개 계좌 7억 원, 삼성증권 4개 계좌 6억4000만 원 등이다. 현재 해당 계좌의 자산은 대부분 빠져나간 상태다.

계좌에 있던 자산은 모두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의 상장 계열사 주식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가치로 따지면 총 2300억 원에 육박하는 주식들이지만 과징금은 실명제 시행 당시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부과하기 때문에 61억8000만 원의 50%인 30억9000만 원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금감원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빠른 시일 내에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 차명계좌의 과징금 부과가 가능한 기한은 내달 17일까지다.

금융위는 또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 개설된 차명계좌에 대해서도 탈법 목적인 경우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금융실명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현행법은 실명제 시행 전 개설된 계좌의 금융자산에 대해서만 과징금을 규정하고 있다”며 “그 이후의 차명계좌에 대해서는 불법 목적의 경우 형사처벌을 하고 있지만 경제적 징벌 조항은 없어 이를 신설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법 개정을 통해 실명제 시행 이후 만들어진 이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소급 적용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현행법의 제재 대상을 확대하는 게 소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국회와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위는 가족 간이나 동창회비 용도 등 선의의 차명계좌는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개정안에 명시할 계획이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이건희#차명계좌#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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