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인턴제 예산 1085억→1260억 늘려놓고 쓴건 763억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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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제대로 못쓰는 일자리 정책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거듭 언급했다. 정부의 정규 예산이 확정된 지 겨우 두 달 지난 시점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년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라”고 주문하자 추경 카드를 또 꺼내든 것이다. 그만큼 청년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는 정부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가 청년일자리 사업을 위해 마련한 예산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일자리 주요 사업인 ‘중소기업 청년취업 인턴제’는 추경으로 예산을 200억 원이나 더 확보해 놓고선 기존 본예산보다도 300억 원을 덜 써 결국 500억 원을 남겼다.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추경 등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정교한 사업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있는 돈도 제대로 못 쓰는 일자리 정책

정부는 지난해 ‘일자리 추경’이라는 이름을 붙여 11조 원대의 예산을 추가로 편성했다. 주요 청년일자리 사업은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1000억 원 이상 예산이 늘었다.

하지만 투입되는 돈만 늘려 잡았을 뿐 예산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업이 적지 않았다. ‘취업성공 패키지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는 구직자에게 취업 상담, 직업훈련 등을 해주면서 구직활동수당도 지원해주는 제도다. 여기에 참여하는 청년은 ‘청년구직촉진수당’이라는 명목으로 월 30만 원씩 3개월간 지급받는다.

당초 이 사업의 2017년 예산은 3304억 원이었다. 그러나 추경 편성 작업이 시작되자 정부는 예산을 4654억 원으로 늘렸다. 국회 논의를 거쳐 4407억 원으로 조정된 이 사업은 지난해 3767억 원을 쓰는 데 그쳤다. 예산의 15%가 불용(不用)예산으로 남아 국고로 환수되는 것이다. 올해는 이 사업에 5029억 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중소기업에 취직한 청년들이 2년간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300만 원을 저축하면 정부와 기업이 돈을 합쳐 160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지난해 이 사업의 예산 집행률은 45.7%에 불과했다.

지난해 정부가 5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진행한 사업 중 예산 집행률이 50%를 밑도는 사업은 3개였다. 여기에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이 포함된 것이다. 당초 475억 원의 예산이 책정된 이 사업은 추경을 통해 686억 원으로 증액됐지만 지난 한 해 314억 원만 소진됐다.

○ 현실 외면한 사업도 적잖아

막대한 예산이 책정되고도 제대로 쓰이지 않는 것은 실제 현장에서 청년일자리 사업들이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례로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은 기업들이 다른 사업과 중복해 지원할 수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중소기업 청년 추가고용 장려금’을 통해 청년층을 포함한 취업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지원금을 준다. 그러나 기업이 이 사업을 선택하면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 지원금은 받을 수 없다.

또 취업성공 패키지 사업의 경우 대졸 구직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취직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구직활동수당을 주는 것이어서 눈높이가 높은 대졸 구직자들에게는 외면받고 있다. 이 사업의 청년구직촉진수당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고 있는 ‘청년수당’과 유사해 세금이 중복 투입된다는 비판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청년일자리를 위해 추경을 하겠다고 밝히기에 앞서 왜 예산이 남게 되는지 분석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한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산이 남는다는 건 정책에 대한 수요가 없다는 의미”라며 “정말 청년일자리가 심각하다고 인식한다면 예산을 어떻게 잘 쓸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청년들이 원하는 새로운 산업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는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마중물’로 부은 추경 예산이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는 것은 펌프를 먼저 고치라는 뜻”이라며 “정부가 취업 수요가 있는 신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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