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법인세율 역전으로 GDP 年29조원 감소할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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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향후 10년 경제효과 분석

내년 한국의 법인세율이 미국보다 높아지면 연평균 29조4000억 원의 국내총생산(GDP)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자리도 매년 10만5000명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고용시장에 한파가 몰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7일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韓美) 법인세율 역전에 따른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냈다. 내년 미국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고 한국은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릴 계획이다. 양국의 법인세율 역전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연구원은 가장 먼저 GDP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인세율이 높아지면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이 늘고 투자가 줄어든다. 이는 자본의 해외 유출로 이어진다. 연구원은 “향후 10년간 한국 GDP는 연평균 1.7%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법인세율 인상이 민간투자 감소로 이어지면서 국내 투자는 연평균 4.9%씩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인 ‘일자리’에도 빙하기가 올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원은 법인세율 인상 영향으로 내년부터 연간 10만5000개씩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현 정부의 ‘소득주도 경제성장’ 정책에 타격이 예상된다.

여파는 저소득 계층과 일용직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 계층이 가장 먼저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원은 “경제위기 때마다 성장이 둔화되면 비숙련 노동자의 임금 삭감과 해고가 가장 많았다”고 경고했다. 수출도 연간 0.5%씩 줄고, 수입은 1.1%씩 줄어 수치상으로는 무역수지 적자가 8.9% 개선되는 효과가 있지만 결국 전체 무역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율이 낮은 미국으로의 ‘자본 쏠림’ 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은 앞으로 10년간 미국의 국내 투자는 연평균 13.6% 늘고, 고용은 매년 81만8000명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GDP도 연평균 2.7%씩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법인세율 인하는 기업의 자본 성장과 근로자 1인당 자본비율 증가로 이어져 결국 임금 상승 효과도 불러올 것으로 내다봤다. 또 임금 상승은 가계소득 증가, 소득 재분배 등 긍정적인 경제적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이번 세제 개편은 ‘세원은 넓히고 세율은 낮추는’ 방식으로 세금제도를 단순하게 바꿨다. 미국은 법인세를 낮추는 동시에 비과세 감면 혜택 축소, 최저한세율(기업이 최소한으로 부담해야 하는 세율) 폐지, 영토주의 과세 체계로의 전환 등을 함께 추진 중이다. ‘일부가 많이 내는’ 구조에서 ‘모두가 조금씩 내는’ 구조로 바꾼 것이다.

반면 한국은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는 그대로 두고 일부 대기업만 세율을 더 높이는 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저소득 계층이나 매출이 적은 기업도 최소한의 세금을 내도록 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투자세액 공제를 늘리고 최저한세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인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세제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법인세율#gdp#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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