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어내기 의심하는 금융계… ‘관치의 추억’에 발목잡힌 당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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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지배구조 논란 왜?

한때 한식구 2014년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당시 하나금융 사장)이 
하나금융그룹 비전 발표회에서 어깨를 맞대고 서 있다. 3년이 흐른 지금 최 원장이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며 김 회장의
 ‘3연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동아일보DB
한때 한식구 2014년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당시 하나금융 사장)이 하나금융그룹 비전 발표회에서 어깨를 맞대고 서 있다. 3년이 흐른 지금 최 원장이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며 김 회장의 ‘3연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동아일보DB
“금융당국이 금융권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건 당연한 건데 금융권은 계속 뭐가 잘못됐냐고 반발한다. 한두 명 개인의 반발인 것 같다.”

21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선을 둘러싼 논란을 설명하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금융당국의 의지가 특정 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진퇴 논란으로 비화되는 게 답답하다는 눈치였다.

하지만 금융권은 금융당국의 ‘순수성’에 대해 여전히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특정 인물을 찍어내려는 의도가 아니고선 정부의 최고위 당국자들이 연일 발언 수위를 높여가며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할 리 없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부에서 선임된 인사를 ‘힘’으로 몰아냈던 전력이 결국 금융당국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 당국은 아니라지만…갈수록 커지는 의혹

논란은 최 위원장의 입에서 시작됐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장기소액연체채권 소각 관련 기자간담회 중 난데없이 “금융지주사 CEO가 본인 연임에 유리하게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며 ‘셀프 연임’을 문제 삼았다. 이후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역시 별도 기자간담회에서 “CEO 승계 작업에 잡음이 많다”며 힘을 보탰다.

금융당국의 양 수장이 금융지주사의 CEO 선임 절차를 동시에 문제 삼자 시장에선 바로 올 9월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내년 3월 ‘3연임’에 도전하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시간이 지나며 금융당국의 타깃은 김 회장이란 소문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모든 금융사가 문제가 있었지만 하나금융의 지배구조 문제가 가장 심각했다”며 사실상 이를 시인했다.

시장의 질문은 “왜?”로 옮겨갔다. 우선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과 친분이 깊은 최흥식 원장이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지배구조 이슈를 들고 나왔다는 설(說)이다. 하나금융지주 사장이던 최 원장은 2014년 김정태 회장의 물갈이 인사에서 다른 ‘김승유계(系)’ 인사들과 함께 물러난 바 있다. 또 금융당국이 이명박 정부 때 선임된 인사의 교체를 원하는 청와대의 의중을 따르고 있다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 관치 되풀이한 정부의 자승자박

물론 금융당국 및 관련 당사자들은 이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최 원장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특정인을 겨냥할 만큼) 내가 그렇게 얄팍해 보이나”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금감원장이 애들 장난하는 자리도 아니고 과거의 감정을 정책에 반영할 리가 있겠느냐”고 일축했다.

하지만 의심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날 금융위와 금감원은 하나UBS자산운용 대주주를 하나금융투자로 변경하는 심사를 중단했다. 하나금융 지배구조에 대한 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왔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그와는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며 부인했다.

이처럼 금융계가 당국의 설명을 믿지 않는 것은 자승자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당국 주도로 금융권 수장을 ‘찍어내기’ 했던 전례가 반복돼 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금 당국은 특정인을 표적으로 삼는 게 확실하고 이 경우 정부의 공정성, 객관성이 크게 훼손된다”며 “금융당국이 오해를 피하고 싶다면 금융사 지배구조 검사를 하나금융의 회장 선임이 끝난 3월 이후에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금융#관치#금융지주#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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