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고가 수입품 국산으로 대체… 수출로 인정받은 ‘핀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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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티㈜

양성문 대표
양성문 대표
모노즈쿠리(もの造り·장인정신을 기반으로 한 일본 제조업 문화)라는 일본어는 비록 작은 영역이라고 하더라도 혼을 불어넣어 제품을 만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국내서도 이와 비슷한 장인정신과 장인기업의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비교적 주목받지 않았던 한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한우물만 우직하게 파면서 틈새시장을 열어젖힌 장인기업인 디에스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89년 창업 이래 라디에이터와 컨덴서, 증발기 등을 만들기 위한 필수 부품인 핀과 튜브를 생산하는 장비인 핀·튜브밀을 만들고, 이를 조립하는 코어 빌더(Core Builder)를 제조해왔다. 매년 신제품 개발과 꾸준한 연구개발로 좀 더 발전된 장비를 개발 제작하면서 기술 수준을 높여 왔다.

대표적인 장비제품은 고속 핀밀(High Speed Fin MiL)과 중속 핀밀(Medium Speed Fin MiL), 라디에이터&컨덴서 자동 조립기, 라디에이터&컨덴서 핀밀 등이다. 특히 핀밀로 불리는 이 장비를 만드는 업체는 디에스티가 유일하다. 이는 에어컨과 라디에이터는 물론이고 산업현장의 다양한 공정에 활용되고 있다. 알루미늄 냉각핀에 들어가는 부품 등도 제조중이다.

라디에이터와 컨덴서 등 규모가 큰 제품의 경우, 이를 만드는 업체가 많았지만 부품과 장비를 만드는 것엔 관심이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선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했던 제품이다. 그러나 디에스티가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 양산에 성공하면서 막대한 수입 대체 효과를 거뒀다. 단순히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24개국 40개 업체에 수출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내년 창업 30주년을 앞둔 디에스티는 지난해 매출 370억 원을 기록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매출의 80%는 수출에 따른 것이다. 국내 산업 효자기업인 셈이다.

디에스티 양성문 대표는 창업 전에는 제작회사의 엔지니어로서 근무했다. 그러던 중 주변에서 함께 새로운 기계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아 창업에 나섰다. 1989년 당시 31세 때였다. 4명이 함께 창업하면서 지금까지 큰 트러블 없이 함께 잘 이끌어왔다. 외환위기는 큰 타격이었으나 그때부터 해외진출을 꾀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디에스티의 강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그는 “가격경쟁력과 기술집약이 경쟁력”이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현재 특허와 의장등록까지 10여 개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계획과 관련해 그는 “B형 튜브를 개발 중인데 이는 현재 양산 중인 웰드튜브보다 더 진보한 기술”이라며 앞으로 꾸준히 연구개발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디에스티는 향후 중국, 인도 등 시장성이 더 높은 지역으로 진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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