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규 “한국, 글로벌경쟁서 5년 뒤져… 정부주도 혁신은 성공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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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인터뷰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이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조직은 매우 효율적이기 때문에 톱다운과 보텀업이 공존하는 과정을 
연습하면 충분히 큰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1세대 벤처기업인’인 그는 올해 9월 장관급인 4차산업혁명위원장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이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조직은 매우 효율적이기 때문에 톱다운과 보텀업이 공존하는 과정을 연습하면 충분히 큰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1세대 벤처기업인’인 그는 올해 9월 장관급인 4차산업혁명위원장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4차 산업혁명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이 5년 정도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44)이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올해 9월 취임 후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를 갖고 한국 경제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은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데 한국만 변하지 않으니 불안해하는 분들이 많다”며 “이런 불안감이 위원회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어 부담스럽지만, 민관(民官)이 함께 움직이고 대화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최근 5년간 정부가 규제 혁신을 부르짖고도 실패한 이유를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계획경제의 틀을 못 버렸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이 나서서 규제 전봇대 이야기를 하는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도전과 실패가 중요한 산업으로 바뀌고,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빠르게 전환하는데, 위에서 아래로의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정부가 해답을 내려주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톱다운과 보텀업(Bottom-up·아래에서 위로)이 공존해야 규제 개혁이 속도를 낼 수 있다”며 “이해관계자의 충돌을 조율하는 것도 중요한 만큼 규제 혁신에도 숙의(熟議)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원회가 다음 달 민간이 다수 참여하는 끝장토론인 ‘해커톤’을 열고 규제·제도 혁신에 나서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장 위원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스마트시티 외에 헬스케어도 한국 경제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헬스케어 분야는 선진국형 비즈니스로 한국은 임상 비용이 선진국보다 낮으면서 인력 풀도 좋다”며 “헬스케어 활성화를 의료 민영화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기존 의료와 별개로 신산업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은 사회 전반을 바꾸지만 위원회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밝혀 최근 발족한 스마트시티 특별위원회에 이어 헬스케어와 관련한 조직도 꾸릴 뜻임을 내비쳤다.

‘벤처 기업인 1세대’로 꼽히는 장 위원장에게 2000년대 초반과 최근의 벤처 열풍에 대한 의견을 물으니 그는 “현재 우리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혁신동력이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는 벤처 생태계가 형성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승자독식 현상이 오히려 강했지만, 현재는 생태계가 풍성해지고 있고 블루홀만 해도 (게임 개발 성공으로) 몇 명의 100억 원대 젊은 부자들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 단위 부자보다는 10억 원을 가진 부자들이 많이 생기는 경제 시스템이 좋지 않냐”라며 “한국에서도 점차 그런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진출에 성공한 유니콘 기업이 다른 경쟁국에 비해 더디게 나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글로벌 진출에 인재들이 중요한데 영어도 잘하고 문화적 차이를 수용하면서 사고방식이 깨어있는 30대 인재들이 한국에 많은 만큼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전망했다.

블루홀 의장과 본엔젤스 고문으로 바쁘게 활동했던 그에게 위원장직 수락 배경을 물었다.

“(한국의) 좋은 집안의 자녀들이 국적을 바꾸는 일이 많지 않나.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교육 때문에 자식의 국적을 바꾸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적을 바꾸지 않는다면 나라에 조금이라도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정부가 경제적으로도 잘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위원장직을 맡았다.”

위원장의 임기가 1년으로 짧고 권한도 대폭 축소되어서 제대로 운영될지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지적이 맞다”면서도 “변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도 확고하고 민간은 늘 (변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위원회에도 열의를 가진 전문가들이 모여 해법을 찾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스타 창업가로 잘 알려진 장 위원장은 1996년 인터넷업체인 네오위즈와 2005년 검색엔진 업체 첫눈을 창업해 연달아 성공을 거뒀고 2007년 게임업체인 블루홀을 창업해 올해 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의 북미, 유럽지역 흥행을 이끌어 냈다. 창업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그가 보유한 블루홀 주식가치는 1조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신수정 crystal@donga.com·임현석 기자

●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이력

△ 1973년 대구 출생 △ 1991~1999년 KAIST 전산학과 학·석사 졸업, 박사 수료 △ 1996년 인터넷기업 네오위즈 공동창업 △ 2005년 검색엔진업체 첫눈 창업 △ 2007년 게임업체 블루홀 및 스타트업 투자 전문 벤처캐피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창업 △ 2017년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장병규#4차산업혁명#글로벌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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