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들까 발행어음 살까… 즐거운 고민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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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IB 출범… 발행어음 시장 열려

초대형 투자은행(IB) 출범으로 50조 원 규모의 발행어음 시장이 새로 열리게 됐다. 발행어음은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투자자들도 은행 예·적금처럼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라 저금리 시대의 투자 대안이 될지 주목된다. 은행업계는 은행의 고유 사업영역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지만, 전문가들은 은행과 금융투자 업계의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투자자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13일 금융위원회는 증권사 5곳을 초대형 IB로 지정하고, 이 중 금융감독원 심사가 완료된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는 발행어음 업무(단기금융업)를 인가했다.

발행어음이란 증권사나 종합금융회사가 영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일반 투자자들에게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단기 금융상품이다.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의 초대형 IB는 자기자본의 2배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은 기업 대출, 비상장사 지분 투자, 부동산 금융 등에 쓸 수 있다.

일단은 한국투자증권만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취득했지만 이후 다른 초대형 IB들도 차례로 인가를 받게 되면 금융투자 시장에는 50조 원가량의 증권사 발행어음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초대형 IB 5곳의 자기자본은 24조6267억 원이다.

발행어음은 예금자 보호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증권사가 파산하지 않는 이상 원금이 손실될 위험이 극히 낮아 은행 예금, 증권사 환매조건부채권(RP) 상품과 비슷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정기예금과 마찬가지로 가입 시 정해진 기간 동안 확정금리를 받을 수도 있고, 발행어음에 투자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상품에 가입하면 수시입출금식 예금처럼 매일 적용되는 금리가 조금씩 달라진다.

발행어음 금리는 증권사마다 다르다. 금융투자업계는 발행어음 금리가 은행 금리보다 높은 연 1%대 후반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로서는 수익성이 괜찮은 투자처가 있다면 투자자에게 발행어음 금리를 더 주더라도 자금을 끌어오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사가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게 되면 투자자들이 받는 금리는 더 높아질 수 있다.

특히 ‘1호 초대형 IB’인 한국투자증권은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해 발행어음 금리를 공격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자산을 늘리기 위해 연 3%대 특판 RP를 내놓기도 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를 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 예금자 보호가 안 되는 만큼 은행 예금보다는 금리가 높아야 투자자들이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종합투자계좌(IMA) 서비스가 허용되면 투자 기회는 더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IMA는 펀드처럼 실적 배당형으로 수익을 제공하면서도 원금이 보장돼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찾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자기자본 8조 원 이상의 기준을 충족한 곳이 없어 아직 도입되지 않고 있지만 향후 이 기준을 채우는 초대형 IB들이 나타나면 관련 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초대형 IB 출범으로 금융업계 지각 변동이 예고되면서 은행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혁신기업에 투자하라고 초대형 IB 인가를 내줬는데 기존 은행이 하던 것처럼 원리금 보장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며 “사실상 은행업 허가를 받지 않고 은행 업무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쟁을 통한 투자 기회 확대 등 긍정적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투자 기회가 생길 수 있고, 시장에선 기업에 자본을 공급할 경로가 늘어나게 됐다”며 “초대형 IB 도입으로 경쟁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신민기 minki@donga.com·송충현 기자
#초대형ib#발행어음#투자#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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