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50일 넘긴 LG생건 청주공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노조, 임금 13.8% 인상 요구… 사측과 이견 못좁혀 파업 장기화
일각 “연봉 8000만원 귀족노조”

LG생활건강 청주공장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8일로 꼭 50일이 됐다. 노사 양측은 임금 인상률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LG생활건강 청주공장 노조는 9월 20일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가 제시한 13.8%의 임금인상안을 회사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협상 초기 호봉승급분 포함 3.1% 인상안을 들고나왔던 사측은 이를 5.25%까지 높였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이달 3일 제19차 교섭에서도 양측은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LG그룹 계열사 중 노조가 파업에 나설 정도로 회사와의 관계가 악화된 사례는 드물었다. LG생활건강도 2001년 LG화학에서 분사한 후 이번이 첫 파업이다. 올해 1월 백웅현 노조위원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온도가 달라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학섬유연맹에도 가입했다.

백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본사인 서울 LG광화문빌딩에 흉기를 들고 들어가 “차석용 부회장을 만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2층 어린이집 앞 계단 난간 위에 걸터앉아 투신을 하겠다며 무려 11시간 동안 소동을 벌였다.

LG생활건강으로서는 가뜩이나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파업 장기화가 가져올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LG생활건강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화장품의 면세점 매출이 크게 줄어들었다. 청주공장에서 만들어 중국 현지로 수출하는 프리미엄 제품들이 그나마 실적 방어선 역할을 해왔다. 이 공장 생산 차질이 길어지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LG생활건강에 따르면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청주공장 생산직들의 평균 연봉은 약 8000만 원. 이 중 약 40%는 지난해 기준으로 억대 연봉을 수령한 것으로 추정된다. ‘귀족노조의 무리한 떼쓰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재계 관계자는 “LG가 그동안 쌓아온 안정적 노사 문화 이미지가 이번 파업으로 상당히 퇴색했다”고 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노측 협상력이 사측을 압도하기 때문에 장기 파업이 발생하게 된다.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는데 함께 논의돼야 할 정규직들의 기득권 조정은 말도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lg생활건강#파업#청주공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