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사려다 만 제품은 뭘까”… 고객의 숨은 욕구도 분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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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스마트 SCM 전략 성공비결

아마존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다. 1995년 설립 당시 10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매출은 2016년 150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시가총액은 유통업계의 공룡인 월마트의 2배를 넘어 500조 원 규모를 웃돈다.

아마존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공급망관리(SCM)의 혁신을 이룬 대표 사례다. 소위 ‘스마트 SCM’ 전략을 성공적으로 구현해 온 모범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계산대 없는 식료품 매장 아마존 고(Amazon Go)를 비롯해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스피커인 에코(Echo), ‘원클릭’ 배송주문 시스템인 대시(Dash) 버튼 등의 사례를 통해 잘 드러난다. 스마트 SCM 전략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35호(10월 15일자) 스페셜리포트에 소개된 아마존 사례 연구 내용을 요약한다.

○ 대시 버튼 통해 예측 배송 고도화

아마존은 2015년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한 대시 버튼을 출시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에 별도로 로그인할 필요 없이 버튼만 누르면 특정 제품의 주문부터 결제, 배송에 이르는 모든 프로세스가 한 번에 자동으로 이뤄진다. 보통 4.99달러에 판매되는 대시 버튼은 주로 세제, 휴지, 기저귀 등 반복 구매가 이뤄지는 생활용품 주문에 활용되고 있다. 특정 브랜드, 특정 품목을 지정해 자동으로 주문하기 때문에 생활용품 제조업체의 경우 일단 대시 버튼이 소비자 가정에 설치되면 경쟁 제품으로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대시 버튼은 단순히 제품 판매를 공고히 한다는 측면 외에 소비자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지금까지 고객 수요 예측에 필요한 데이터는 대개 제품이 매장이나 인터넷을 통해 주문·결제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수집돼 왔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 이 시점은 소비자의 실제 소비 패턴과는 괴리가 있다. 가령, 집에서 세제가 떨어진 시점과 매장에서 새 세제를 구입하는 시점 간에는 상당한 시간차가 존재한다. 반면 대시 버튼을 통하면 고객 소비 패턴을 실제 수요 패턴과 동기화할 수 있다. 보다 정교한 수요 예측을 위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마존은 대시 버튼을 도입하기 전부터 사실상 예측 배송에 필요한 간접 데이터(구매 이력 데이터 등)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다. 여기에 보다 직접적으로 특정 상품의 실제 소비 패턴을 정확히 알려주는 대시 버튼의 데이터가 더해진다면 예측 배송의 정확도는 더욱 향상될 수 있다.

○ 에코를 활용한 수요 조절 및 창출

아마존 에코는 2017년 1분기(1∼3월) 기준 미국에서만 1100만 대 이상이 팔렸다. 현재 대부분 사용자들은 에코를 알람 설정, 음악 감상, 정보 취득(날씨 등) 등의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점점 쇼핑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중장기적으로는 대시 버튼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아마존은 에코의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음성을 통한 제품 주문에 대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가령, 동일한 규격의 제품이라도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주문할 때보다 에코를 통할 때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아마존이 고객 수요를 조절하고 창출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에코를 활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소비자가 에코에 특정 브랜드를 지정하지 않고 배터리 구매를 지시하면, 에코는 아마존에 수많은 브랜드의 배터리가 판매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자체상표(PB) 제품을 계속 권유한다. 2017년 6월 한 매체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에코에 제품 검색을 요구할 경우 추천 제품의 58.8%가 아마존이 팔고 싶어 하는 판촉 제품이나 PB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 아마존 고 통해 소비자 행태 빅데이터 분석

아직까지 시범 매장 형태로 운영 중인 아마존 고에 적용된 핵심 기술은 영상처리, 센서융합, 딥러닝(자가학습) 등 첨단 기술이다. 고객이 스마트폰에서 아마존 고 앱을 켜고 QR코드를 스캔해 매장에 들어가면, 카메라가 고객 동선을 따라다니며 구매 목록을 체크한다. 구체적으로, 고객이 특정 매대에서 어떤 제품을 집어 들면 카메라가 촬영된 제품 이미지를 분석해 해당 제품 정보를 1차적으로 판별한다. 곧이어 그 제품을 보관하던 매대의 무게 센서와 압력 센서가 무게와 압력이 변한 지점을 파악해 제품에 대한 추가 정보를 수집한다. 여기에 해당 소비자의 구매 이력 데이터를 통해 산출한 신뢰도 점수를 기반으로 제품의 종류와 가격을 최종적으로 확정해 가상의 쇼핑 카트에 담는다. 고객은 계산을 위해 별도로 줄을 설 필요 없이 사고 싶은 물건을 집어 들고 곧바로 매장을 빠져나오면 된다.

사실 계산대 없는 매장을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화상 인식이나 압력·중량 센서처럼 무인차 개발에 적용되는 첨단 기술까지 집어넣을 필요는 없다. 무선주파수인식(RFID) 기술을 활용하면 훨씬 더 저렴하고 정확하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그런데도 아마존이 무인점포 운영을 위해 값비싼 기술을 활용한 이유는 뭘까. 아마존 고를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이 단순히 결제를 위한 제품 인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지금까지 온라인상에서의 소비자 행동은 어느 정도 추적해 왔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소비 행동과 관련한 이력 정보를 수집하는 건 불가능했다. 아마존 고가 RFID로는 절대 확인할 수 없는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카메라와 센서 기술을 도입한 이유다. RFID 기술은 일종의 ‘스냅샷’ 사진처럼 특정 시점에 국한한 데이터만 보여준다. 반면 카메라나 센서 기술은 ‘동영상’처럼 고객의 이동 궤적을 추적할 수 있는 역동적인 데이터를 제공해 준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집었다가 다시 내려놓는 제품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마존 고는 소비자 행태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의 접점이 될 수 있다. 즉, ‘100만 명의 고객 데이터보다 고객 한 사람의 100만 가지 데이터를 더 중시’하는 아마존의 빅데이터 분석 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다.

○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설계해야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고 있지만 왜 우리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첨단기술을 활용하더라도 기업의 성과를 높이기 쉽지 않다. 스마트 SCM에서 중요한 건 혁신적 기술의 도입 그 자체가 아니다. 고객의 숨은 욕구를 이해하고 분석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새로운 사업 기회와 고객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하는 SCM 전략이 필요하다.

민정웅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 jumin@inha.ac.kr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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