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최상의 서비스는 ‘습관’에서 나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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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서 차로 약 2시간 떨어진 A 도시. 인구 3만5000명이 채 안되는 이곳이 유명해진 건 K병원 때문이다. 일본 전국에서 연간 100만 명의 환자들이 이 병원을 찾는다. 그런데 그 이유가 특이하다. 어지간한 맛집보다도 맛있는 환자식 때문이란다.

이 병원을 찾아 왜 이렇게 환자식이 맛있냐고 묻자 “환자는 원래 입맛이 없으니 더 맛있게 요리해서 제공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온다. 우리나라 병원과 대조적이다. 병원 서비스를 평가하기 위해 환자식을 먹은 후 왜 맛이 없냐고 물으면 대부분 “저염식이니 당연히 맛이 없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일본의 유명한 현장 경영 지침인 5S(정리·정돈·청소·청결·습관화를 뜻하는 일본어 머리글자를 딴 구호)에 대입해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정리’는 버릴 것인지 계속해서 쓸 것인지 판단력을 요하는 기능이다. ‘정돈’은 나중에 필요한 것을 보관하고 찾기 쉽도록 제품의 위치와 수량까지 표시해둔다는 뜻이다. ‘청소’는 더러운 것을 쓸고 닦아 없애는 행위고, ‘청결’은 정리와 정돈과 청소가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

여기까지는 어느 기업이든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다. 가장 어려우면서 중요한 것은 바로 마지막 지침인 ‘습관화’다. 습관화는 고객을 대하는 몸가짐이나 마음가짐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고객을 대하는 진정한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이들이 원하는 것을 찾다보면 남들과 차별화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동의하지 못하는 기업 경영진들도 있을 것이다. 5S 활동을 실천했는데 별 효과가 없었다고 하소연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사업장을 5S로 도배하다시피 해 직원들을 교육시켰는데도 별 소용없었다고 말하는 기업인을 여럿 만났다.

하지만 이는 5S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애썼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공적인 경영활동은 5S 운동의 전개 그 자체가 아니라 기업의 근본정신이 무엇인가에 달려 있다. K병원이 환자의 입맛을 되살리기 위해 맛있는 밥을 선보인 것처럼 말이다.

김진영 연세대 의대 의학교육학과 교수 kimjin@yuhs.ac.kr
#최상의 서비스#습관#도쿄#환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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