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고베제강, 국내 업체에도 부실 알루미늄 납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품질 조작 글로벌 스캔들 확산
테슬라-에어버스 등 30개사, 경량화 위해 해당제품 사용
이상없다던 철강도 기준 미달… 일본 소재산업 전체로 불신 번져
현대차-대한항공 “정밀 조사중”

일본 3위 철강업체인 고베제강의 품질 조작 파문이 ‘글로벌 스캔들’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기업 30여 곳이 문제가 된 고베제강의 알루미늄 제품을 사용한 가운데 원자력발전에도 불량품이 공급됐다. 국내에서도 현대·기아자동차와 대한항공이 이 부품을 사용했다.

“철강 제품에는 부정이 없다”던 가와사키 히로야(川崎博也) 고베제강 회장의 발언도 하루 만에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일본 소재산업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기존의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보잉 외에도 미국 자동차회사인 테슬라와 다임러, 유럽의 롤스로이스 및 PSA그룹(푸조시트로엥그룹) 등 글로벌 기업 30여 곳이 고베제강의 기준 미달 알루미늄 제품을 사용했다. 하지만 로이터에 따르면 다임러는 “고베제강은 다임러의 공급업체가 아니다”고 부인했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유럽의 에어버스는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항공기 부품에 문제의 제품을 사용했다. 특히 알루미늄과 구리 부실 배관이 후쿠시마(福島) 제2원자력발전소에도 납품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발전소 창고에 보관돼 사용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가와사키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말레이시아, 태국, 중국 등의 자회사 9곳에서 새롭게 품질 조작이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부실 제품을 납품받은 회사는 기존 200개에서 500개로 늘었다.

알루미늄과 구리 외에 자동차 엔진부품이나 서스펜션, 볼트, 너트 등에 사용하는 선재(線材), 특수강에서도 품질 조작을 인정했다. 자동차용 밸브 스프링용 선재는 고베제강이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기존에 품질 조작을 인정한 알루미늄(1만9300t), 구리(2200t), 알루미늄 주조·단조(1만9400개)에서도 실제로는 제품 종류와 공급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고속철에 불량 제품을 사용한 JR니시니혼은 전날 “정기검사에서 부품을 교환한 후 비용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체들의 손해배상 청구가 급속히 늘면 고베제강은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인 아이오닉과 니로에 고베 제강의 알루미늄 제품이 사용됐다. 해당 차량 보닛(후드)의 겉부분은 철강제품을 사용하고 모형의 유지와 엔진의 소음을 잡아주는 안쪽 부분에는 알루미늄을 적용했다. 알루미늄이 철강보다 비싸지만 경량화를 위해 사용한 것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해당 부분은 안전과는 상관없는 부분으로 아이오닉과 니로는 유럽의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인 ‘유로 NCAP’에서 각각 별 5개와 4개를 받을 정도로 최고의 안전성을 공인받았다. 하지만 추가적인 정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문제가 된 고베제강의 제품을 사용한 보잉에서 항공기의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현재 보잉에서 공급받은 제품의 종류와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정세진 기자
#고베제강#알루미늄#불량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