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업체 49% “해외생산 확대”… 일자리 ‘비상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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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업 종사자 증가율 0.3% 그쳐

현 정부의 최대 국정목표인 ‘일자리 창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내 제조업체의 일자리는 줄어드는 가운데 해외사업장이 있는 중소기업들도 국내 유턴 대신 해외생산 확대에 나섰다.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 300여 개사(현대·기아차 계열사 제외)의 올해 상반기(1∼6월) 신규채용 인원은 모두 5426명이다. 작년 상반기(5888명)보다 8% 줄었다.

국내 전체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에도 제동이 걸렸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일자리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제조업 종사자 수는 363만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3% 증가했다. 제조업 종사자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14년 3.7%에서 2015년 1.6%, 2016년 1.1%로 줄다가 올해는 0.3%까지 곤두박질쳤다.

해외에 생산시설이 있는 중소 수출기업 역시 국내 유턴 대신 해외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23일 발표한 ‘2017년 중소 수출기업 경쟁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1015개 중소 수출기업 중 49.1%는 향후 해외 생산 확대 및 신규 해외 생산거점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생산시설을 국내로 이전하겠다는 기업은 4.7%에 그쳤다. 기업들이 해외 생산비중을 늘리겠다는 이유는 ‘생산비용 절감’이 45.2%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지 시장 변화에 신속한 대응’(34.5%), ‘현지 맞춤형 제품군 확대’(7.1%), ‘관세·비관세장벽 회피’(7.1%) 등의 순이다.

장현숙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법규나 문화적 차이 때문에 해외에서 사업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어도 한국 기업들이 국내 유턴보다 해외사업장 확대를 고려하는 것은 그만큼 국내에서 기업하기가 힘들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각국 정부는 해외로 나간 제조업체들의 자국 유턴을 위해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잇달아 내놨다. 제조업 기반이 강한 독일과 일본은 위기에 강했지만 그렇지 않은 이탈리아, 스페인, 러시아 등은 크게 흔들렸다는 교훈 때문이다.

한국도 해외 진출 기업의 유턴을 유도하기 위해 법인세 감면, 외국인 추가고용 허용 등의 지원책을 담은 종합대책을 2012년 발표했다. 2013년 8월에는 유턴기업 지원법을 제정하며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지만 국내 유턴기업 수는 늘지 않고 있다. 법이 만들어진 직후인 2014년에 유턴기업은 22개로 반짝했지만 2015년(4개), 2016년(12개) 모두 첫해의 기록을 넘지 못했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2개 기업만 국내로 복귀해 누적 기업은 40개에 그친다.

해외 기업들이 국내에서 만들어낸 일자리가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만든 일자리보다 극단적으로 적다는 점도 문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해외로 나간 한국 기업이 현지에서 만든 일자리는 2005년 53만 개에서 2015년 163만 개로 3배가량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 기업이 국내에서 창출한 일자리는 20만 개에서 27만 개로 1.4배 느는 데 그쳤다.

재계는 현 정부에서 제조업에서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인건비 등 생산비용 절감이 중요한 국내 제조업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나 통상임금 이슈가 불거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제조업 시설에 투자를 할 유인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기아차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하면 완성차·부품사 업계 전체로도 장기적으로 2만3000명이 넘는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 정부가 일자리 만들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기업하기 힘든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수출업체#해외생산#일자리#제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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