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정부 믿고 원전 투자 했는데… 공사 중단 누가 보상해주나” 外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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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공사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신고리 5, 6호기 건설 일시중단을 결정하면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직접 관계자에 대한 설득과 논의 과정을 건너뛴 졸속결정으로 국가 정책의 신뢰성마저 떨어트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찬반이 갈리는 사안일수록 시간을 두고 국민적 합의와 대책까지 마련해야 하는데 이는 배제한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공사를 쉬게 된 하청업체와 공사 근로자들이다. 긴급 이사회 직전까지 신고리 5, 6호기 공사에는 기자재 업체까지 760여 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근로자는 하루 평균 1500여명이 투입됐다. 정부의 법적 허가만 믿고 많게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투자한 업체들은 유지비만 날리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선의의 피해자들에게 정부가 보상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제일공사 공평구역 1,2,4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신축공사 토공사 현장.
㈜제일공사 공평구역 1,2,4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신축공사 토공사 현장.


피해를 입게 된 업체 중 대표적인 곳이 1989년 설립된 전문건설사로 영남지역의 대형 건설사업마다 현장을 누빈 ㈜제일공사다. 제일공사의 박수근 대표는 “정부를 믿고 뛰어들었는데 피해가 커지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일공사는 신고리 원전 5, 6호기의 건설사업이 추진되는 시점부터 공사와 사업을 준비해왔다며, 업체 입장에서 정부가 갑작스럽게 공사 중단 요구를 하니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와 같은 대형공사에 뛰어든 업체들은 정부만 믿고 선투자를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유지비까지 불어나면서 누적 손실만 커지는 상황이다.

박 대표는 “정부가 공사를 중단할 경우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며 하루빨리 공사 재개라는 결론이 내려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공사가 중단되는 3개월 동안 임금을 보전하는 등 보상책을 마련하기로 했고, 한수원 및 시공사 삼성물산 측에서도 이를 이행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어 걱정을 덜고 있는 실정이지만 공사 중단이라는 결정이 내려질 경우 발생될 막대한 피해를 생각하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제일공사는 정부와 한수원, 시공사를 믿고 공사를 수행하기 위해 많은 인원을 선고용하고 많은 자재를 선구입해 공사를 진행해 왔다. 박 대표는 잔여 인원 및 자재에 대한 손실을 공사 중단 시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하면 가만히 손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거듭 손실 부분이 만회 방안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일공사 Hynix M15 FABCUB Project 토공사 야간현장. ㈜제일공사 제공
㈜제일공사 Hynix M15 FABCUB Project 토공사 야간현장. ㈜제일공사 제공


1989년 3월 설립해 업력상으로는 28년째지만, 박 대표는 중기대여 분야로 직장생활을 10여 년 이상 근무하다 회사를 설립했기 때문에 분야의 경력은 40년 이상 됐다. 그는 “40년 동안 전문건설업 분야에 몸담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이 이렇게 신뢰성 없이 뒤집히는 경우를 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씁쓸해했다.

그는 가까스로 일군 회사가 이번 일로 타격을 받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제일공사는 설립 당시 6명의 직원으로 회사를 시작했지만 현재는 8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중견 건설사이다. 이와 같은 기업이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업계에서 박 대표는 그 누구보다 착실한 대표로 알려져 있다. ‘책임완수, 성실시공, 인화단결’의 사훈 아래 청원 산업단지 조성사업 중 토목공사 및 관로, 포장공사, 공평구역 1, 2, 4구 도시환경정비사업 신축공사 토공사, 대연 SK VIEW Hills 토목공사, 신고리 원자력 5, 6호기 주설비공사 중 취수관로 토공 및 구조물공사, Hynix M15 FABCUB Project 토공사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훌륭히 완수 해왔다.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외 선두기업이 되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온 기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91년 4월 중기별도 법인 ㈜제일종합중기를 설립하는 등 전문건설 분야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2005년 부산시장 표창장, 2008년 건설의 날 대통령 표창을 받아 이 분야의 발전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박 대표는 제일공사의 강점은 토공분야로 기술이 뛰어나 현장에서 늘 좋은 성과를 거둬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굵직한 이력을 가지고 역경을 버텨온 그도 이번만큼은 타격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굴지의 대기업과 거래를 트고 상생하는 구도를 만들면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잘 다져놓았다”며 “이번 어려움만 잘 해결되면 더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성장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과 관심, 사회적 현안에 대한 원만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포기 안하고 도전… 대기업도 인정하더라”
-박수근 대표 인터뷰



40년 업계 베테랑인 박수근 대표의 지휘 아래 건실한 전문건설업체로 자리매김한 제일공사의 사훈은 ‘책임완수’, ‘성실시공’, ‘인화단결’이다. 제일공사는 국내의 다양한 건설 프로젝트에 임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박 대표는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가 있었기에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는 국내외 선두기업이 되고자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건설 분야 굵직한 대기업들이 제일공사의 저력을 인정해주고 있다. 박 대표는 “제일공사의 거래처들은 주로 대기업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업계에서 제일공사 하면 토공분야의 강자로서 탄탄한 명성을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일공사 단체사진.
㈜제일공사 단체사진.


대기업 임직원들에게 회사를 어필하는 과정에서도 그는 직원들을 독려해왔다. 박 대표는 직원들한테 “포기하지 말고 먼저 도전하자”고 언제나 힘을 내줄 것을 당부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40년 동안 거래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는 대기업이 투명하게 운영하면서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경영구도를 유지하는 기업관에 대해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업하고 상생한다면 산업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의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 박 대표는 젊은 인력의 잦은 이직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80여 명의 직원들 중에는 장기근속 하는 직원들 비중이 많은 편이어서 회사는 안정적이지만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 인력들은 이직률이 너무 높은 실정이라 안타깝다는 설명이다.

한편 현재 박 대표의 아들이 8년째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대학원을 졸업 후 3년 동안 현장근무를 시작으로 기초를 다지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은 기존 직원들과 소통을 원활하게 하면서 장수기업으로 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건설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이 타지에서 2∼4개월씩 근무를 하고 있다며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회사가 지금까지 성장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도 직원들이 함께 노력해준 결과라며 거듭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항시 건설현장을 방문하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기업#중소기업#제일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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