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5000억 일자리기금 제안… 실상은 현대기아차 돈으로 ‘생색내기’

  • 동아경제
  • 입력 2017년 6월 20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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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수천억 규모의 일자리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나서며 현대기아차에 참여를 요구했다. 하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금속노조는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측의 돈으로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속노조가 현대기아차에 ‘(가칭) 일자리연대기금’ 조성을 제안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17곳 정규직 노동자의 통상임금 소송 금액에서 약 2500억 원을 내놓고 회사가 동일한 금액을 보태 5000억 원 규모의 ‘일자리연대기금’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또한 여기에 매년 노사가 100억 원씩 마련해 총 200억 원을 추가하자는 내용도 담겨 있다.

금속노조의 제안만 보면 노사가 공평하게 절반씩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노조 측 기금의 주요 재원이 통상임금 소송 임금이라는 ‘실체가 없는 돈’인 것으로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수천억 원에 달하는 비용은 고스란히 현대기아차의 몫으로 노조는 명분만 챙기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가 내겠다고 발표한 2500억 원의 재원은 체불임금 채권을 통상임금 관련 인당 소송 청구액 2100만~6600만 원을 기반으로 설정됐다. 노조의 2500억 원은 전 그룹사 노조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승소하고 요구한 금액 전부가 받아들여졌을 때에만 조합원이 받을 수 있는 돈인 셈이다. 이는 결국 소송에서 이겼을 때 받을 수 있는 ‘가상의 돈’을 출연금으로 내놓겠다는 발상이다. 또한 노조원 승소 시 개인 당 받게 될 소송 금액의 대부분은 챙긴 채 극히 일부만 기금으로 내겠다는 발상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특히 소송의 경우 현재차 노조는 현재 2심까지 패소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속노조는 해당 금액을 받아 낼 것이라는 전제로 기금 지불을 제안했다.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 외에도 현대제철, 현대로템 등 주력 계열사들도 현재 소송 진행 과정까지는 근로자들에게 통상임금 관련 지급할 금액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금속노조는 받을 수 없는 돈과 회사의 돈을 가지고 생색내기용 ‘이미지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정리하면 노조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전체에 같은 계산법으로 돈을 갹출해 2500억 원을 만들고 추가로 회사에 동일한 금액인 2500억 원을 요구, 50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100% 현대기아차가 부담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추가로 마련되는 200억 원의 기금 역시 회사가 전액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금·단체협상 타결로 도출되는 임금인상분에서 해마다 100억 원가량을 마련하고 나머지 100억 원은 회사가 보태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통상임금 소송이 노조 측에 유리하게 전개될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조합원들의 돈을 갹출하기 위해선 전 조합원들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조 측 주장에 따르면 연대기금 조성이 조합원의 동의가 없이도 가능하고 마치 조성이 쉬운 것처럼 과장돼 있다.

이미 기차아 노조는 올해 임금요구안을 확정하는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일자리 연대기금 마련에 대한 논란으로 요구안에서 제외한 바 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가 내놓은 사회공헌 기금 중 지금까지 노조가 자신들의 주머니에서 꺼낸 돈을 내놓은 전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금속노조가 실체가 없는 ‘봉이 김선달’식 자금을 마치 실제로 마련할 수 있는 것처럼 과대 포장하고 있는 이유는 현대차그룹의 공동교섭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통상임금 소송에서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이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금속노조는 과거 현대차그룹사의 공동 교섭을 강하게 밀어부쳤지만 지난해 7월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조법에 의한 노동쟁의라 볼 수 없으므로 조정대상이 아니다”고 행정지도를 내린 바 있다.

중노위는 현대차그룹은 하나의 법인이 아닐 뿐 아니라 현대차 역시 전체 그룹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각 계열사 별로 근로조건과 지불능력 등 경영환경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나 물리적으로 공동교섭이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공동교섭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한 금속노조는 결국 연대기금이라는 선의를 내세워 명분을 쌓으면서 현대차그룹의 공동교섭 참여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해 회사 측이 2심까지 승소한 상황에서 충분한 자격이 없는 금속노조가 1인당 수천만 원을 받는 것으로 소송을 끝내자고 하는 것 자체가 억지”라고 지적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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