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경영의 지혜]자선단체 모금활동때도 ‘너지 효과’ 고려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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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자들은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별도로 옵션을 선택하지 않을 때 자동으로 주어지는 기본 선택지)이 퇴직연금과 장기 기증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율을 높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자선 모금 활동에서도 이와 같은 너지(nudge) 효과(강압 대신 은근하고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타인의 선택과 행동을 유도)가 통할까? 하버드비즈니스리뷰코리아(HBR Korea)에서 이와 관련해 최근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연구진이 실시한 ‘권장 기부금’ 액수 관련 연구다.

연구진은 기부금을 모집하는 활동을 펼칠 때 ‘디폴트 액수’, 즉 사전에 기부금 액수를 미리 설정해 놓는 것이 실제 기부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조사했다. 현재 대부분 자선단체들이 기부에 대한 부담감을 유발할까 두려워해 지정 기부금 책정을 꺼리고 있는데, 과연 권장 액수를 설정하는 것이 모금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실증적으로 검증했다.

실험 결과, 기부할 수 있는 금액을 미리 제한해 놓는다고 해서 모금 액수가 줄어들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과거 평균보다 낮은 액수를 권장 기부금으로 제시하면 1인당 기부 금액은 줄더라도 기부자 수가 늘어 전체 기부 금액이 줄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과거 평균보다 더 큰 액수를 디폴트로 제시하면 기부자 수는 줄어도 이들의 고액 기부를 통해 결국 기부 인원 감소에 따른 효과가 상쇄됐다.

요약하면 기본 금액을 낮게 잡으면 새로운 사람들의 기부를 장려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기본 금액을 높이면 자주 기부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부금을 모을 수 있다. 따라서 자선단체들은 모금 전략에 따라 최적의 기부금 지정액을 도출해 내는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단일 액수의 지정 기부금 변경이 기부 총액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A/B 테스트(두 가지 시안을 무작위로 제시하고 데이터를 수집해 하나를 선택하는 실험 방법) 등을 통해 검증해 봄으로써 권장 기부금을 전략적으로 책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hbr#너지 효과#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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