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회장 “인프라펀드 1조로 확대… 농협금융, 한국판 맥쿼리 만들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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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연임 성공한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농협금융지주 본사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비전과 사업 구상을 밝히고 
있다. 김 회장은 2012년 농협금융지주 탄생 후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농협금융지주 본사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비전과 사업 구상을 밝히고 있다. 김 회장은 2012년 농협금융지주 탄생 후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시중은행과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다. 6월경 NH농협은행을 개혁하는 쇄신안을 내놓겠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65)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농협금융 본사 접견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통렬하게 반성하고 분석해 부족한 부분을 바꿔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연임에 성공한 김 회장이 ‘김용환표 쇄신’에 시동을 건 것이다.

2012년 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한 뒤 임기를 채운 것도, 연임에 성공한 것도 김 회장이 처음이다. 김 회장은 “핵심 자회사인 농협은행의 부실이 커 지난해 충당금을 많이 쌓았다. 이런 부분을 조정하지 않으면 시중은행과 싸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한·KB국민 등 시중은행과 농협은행의 업무별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6월 은행 쇄신안으로 ‘2기 드라이브’ 시동

지난해 농협금융은 3210억 원의 흑자를 냈다. 지난해 상반기(1∼6월) 조선·해운업 부실채권에 대한 ‘빅 배스(big bath·과거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것)’를 단행해 2013억 원의 적자를 낸 것을 고려하면 선방한 것이다. 김 회장은 “농협중앙회에 농업지원사업비(명칭 사용료)로 3834억 원을 낸 것을 감안하면 7000억 원 이상의 실적을 올린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고 임직원들이 허리띠를 얼마나 졸라맸는지 모른다. 나도 임금 일부를 내놓았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실적 회복의 비결로 위기관리 ‘시스템’의 정착을 꼽았다. 그는 2015년 취임 후 박사급 인력으로 산업분석팀을 꾸려 143개 업종을 분석하게 했다. 지난해 부실징후 조기경보 시스템도 만들었다. 그는 “과거에 산업 전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리스크 관리 체계도 없었다.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나니 ‘빅 배스’를 하고 내실을 다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다른 금융지주들 1분기(1∼3월) 실적을 보니까 살짝 겁이 나더라”라며 ‘2기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그는 “계열사별 강점을 활용해 경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의 쇄신안 역시 이의 일환이다. “핀테크는 신한, 우리와 비교했을 때 뒤떨어지지 않는다. 취약한 외환·국제 업무나 신탁, 자산관리 분야를 강화할 것이다.”

○ 기업투자금융(CIB) 사업에 주목

농협금융은 새 수익원으로 인프라펀드와 같은 기업투자금융(CIB)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인프라펀드도 3000억 원에서 1조 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미국 투자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다.

“농협금융 110조 원, 상호금융 90조 원 등 200조 원의 자금력이 있다. 국내 투자은행(IB) 부문 1위인 NH투자증권을 중심으로 CIB협의체가 성과를 내고 있다. 농협금융이 ‘한국판 맥쿼리’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 동남아시아 등의 농업 국가를 대상으로 한 소액대출 등의 해외사업도 확장한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중국 공소그룹과 합작해 중국에 진출했다. 이어 지분투자 방식으로 공소그룹의 인터넷 쇼핑몰 자회사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소액대출 회사 설립도 추진 중이다. 톈진 등에 인터넷 소액대출 회사도 세울 계획이다. 미얀마에는 지난해 12월 이미 소액대출 회사를 차렸다. 김 회장은 “캄보디아 쪽도 소액대출 회사를 설립하거나 좋은 매물이 있으면 관련 회사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업 국가인 동남아시아에 농협금융이 진출하는 것이 국산 비료나 농기계를 수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 “2020년 이후 농협금융 미래 준비해야”

김 회장은 자본 확충 등을 포함한 중장기 사업 계획을 짜고 있다. 그는 “다른 금융지주와 경쟁하려면 자본 확충이 중요한데 생각만큼 쉽지 않다. 농협중앙회와 협의를 통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며 ‘상장(上場) 카드’를 중장기 대안 중 하나로 거론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2020년 이후 급변하는 금융시장 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협동조합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상장 등을 통한 자본 확충 방안 등을 논의해 봐야 한다는 아이디어다.

농협중앙회 19개 자회사와의 협력도 미래 농협금융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았다. 그는 “범농협이 시너지를 내면 중장기적으로 시중은행보다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이 아주 크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농협 자율의 ‘성과주의’ 확산도 강조했다. 김 회장은 “부행장들도 임기 1년으로 한정할 게 아니라 잘하면 ‘1년+1년+1년…’으로 늘려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과 같은 전문 경영자들이 농협에서도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은행연합회 등이 주도하는 일방적인 성과주의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내비쳤다. 그는 “위에서부터 강제로 지시하는 ‘톱다운’ 방식은 맞지 않는다. 회사별로 조직 문화에 맞는 성과주의를 노동조합과 협의해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김용환#nh농협금융지주#농협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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