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일자리 둘중 하나는 자영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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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37만명 증가한 취업자… 그 중 47%인 17만명이 자영업
대부분 영세… 71%가 1인 점포… 편의점-미용실 증가 두드러져

최근 1년 새 늘어난 취업자 중 절반가량이 자영업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영업자의 70% 이상은 직원 없이 혼자 일하는 ‘1인 점포 사장’이었다. 최근 취업자 수가 늘어나는 등 고용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이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영세 자영업 등 불안정한 일자리가 증가한 결과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영업 시장이 경쟁이 과열되면서 프랜차이즈 회사가 허위 광고 등으로 가맹점을 모집하는 부작용도 심해지고 있다.

○ 자영업자 71%는 ‘나 홀로 사장’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국 자영업자 수는 553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36만8000명)보다 3.1% 늘었다. 이 기간 전체 취업자가 2555만 명에서 2592만 명으로 1.4% 늘어난 데 비해 배 이상 가파른 증가세다. 또 전체 취업자 증가분의 47.1%는 자영업자였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에 속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21.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4.8%보다 6.6%포인트 높았다. 한국보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회원국은 그리스(30.8%), 멕시코(26.7%), 이탈리아(23.3%) 세 곳뿐이었다.

업종별로는 편의점과 미용실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국세청의 월별 국세통계에 따르면 2월 기준 슈퍼마켓 등 편의점 사업자 수는 6만3942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5만9715명)보다 7.1% 늘었다. 미용실도 9만2704명으로 1년 새 4.4% 증가했다.

특히 자영업자의 대부분은 사업 수명이 짧은 영세 자영업자였다. 1분기 고용직원이 없는 1인 점포 자영업자는 396만6000명으로 전체 자영업자의 71.6%에 달했다. 1년 새 10만4000명 정도 늘어난 수치다.

○ “시장 포화로 ‘프랜차이즈 갑질’ 등도 급증”

이처럼 자영업자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제조업과 금융업종 등의 잇따른 구조조정이다. 양질의 일자리인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중·장년층 퇴직자가 크게 증가했고, 이들이 대거 자영업에 몰린 것이다. 최근에는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도 요식업 창업 등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분기 제조업 취업자 수는 443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54만4000명)보다 2.5% 감소했다. 통계청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 등에서 취업자가 크게 줄면서 자영업과 일용직 등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영업 붐’으로 시장 경쟁이 가열되면서 최근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등의 불공정 행위도 심해지는 추세다. 사업 철수를 방해하거나 허위 광고로 가맹점을 끌어모으는 게 대표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이 같은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190건을 적발하고 제재했다. 1년 새 건수 기준으로 6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중소 사업자들의 피해 구제를 돕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조정한 가맹사업거래 관련 사건 역시 지난해 593건으로 1년 동안 13.6% 증가했다.

30일에는 매출액이 가장 높은 가맹점 7곳의 평균 매출액을 전체 지점 평균치로 속여 점포를 모집해 온 치킨 프랜차이즈 ‘치킨뱅이’가 공정위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의 이상명 가맹유통팀장은 “특히 소규모 가맹본부들은 가맹점 확장을 위해 소수 지점의 운영 실적을 전체 평균치로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며 창업 희망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세종=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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