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규제가 기업 징벌수단이 돼서는 안되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규제란 기본적으로 ‘절차, 규정, 가이드라인, 형식, 양식 등 정부기관에 의해 요구되거나 강제되는 간섭’을 의미한다. 따라서 규제는 경제 주체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민주사회에는 이 규제가 반드시 필요한데, 정부기관은 규제를 통해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고 경쟁을 촉진하며, 사회구성원이 공공재에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기업 간 담합을 막아 시민들이 경제적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게 하는 한편 부의 재분배를 가능하도록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규제를 항상 의도한 바대로 만들기도 어렵고, 아무리 잘 만든 규제라도 제대로 집행하기는 힘들다. 또 필요성이 사라졌는데도 여전히 존재하는 규제도 많다. 따라서 기업들은 항상 규제를 힘들어하는데 이를 기업의 ‘이기주의’로 매도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네덜란드 흐로닝언대의 연구진은 ‘기업이 왜 규제를 반기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세 가지의 비용으로 설명하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기업들은 규제에 맞춰 행정, 투자, 구조 등을 운영해야 하는 관리비용,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 일관적이지 않고 늘 변하는 규제에 제대로 대응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 비교적 규제정책이 효율적이라고 정평이 난 네덜란드에서도 기업인들, 특히 중소기업인들이 각종 규제로 인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런 비용 부담을 많이 느끼는 기업일수록 성과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 연구 결과는 규제를 만들고 집행하는 당국이 중소기업에 규제로 인해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시민사회의 목소리뿐 아니라 기업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함을 일깨워준다. 규제는 말 그대로 사회 전체의 공익을 위한 것이어야지 기업에 사용하는 징벌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규제#기업#징벌수단#dbr#경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