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진해운 17일 파산, 해운·조선업이 울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7일 00시 00분


코멘트
국내 1위, 세계 7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이 오늘 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는다. 1977년 설립된 한진해운은 2011년부터 해운업 불황과 고가의 용선료로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지난해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수송보국’의 꿈을 뒤로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비싼 값에 배를 장기로 빌린 경영 실패와 금융 논리에 집착한 정부 판단이 초래한 비극이다.

지난해 자구 노력을 전제로 채권단의 지원이 결정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구조조정과 올해 한진해운 파산으로 조선해운업이 기반인 부산 울산 경남의 한숨이 눈물로 변하고 있다. 대우조선 인원 감축의 여파가 중소업체로 확산되면서 조선업 전체에서 2만여 명이 실직했다. 퇴직금은 고사하고 월급도 못 받고 쫓겨난 퇴직자가 부지기수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핵심 기술을 보유한 인력이 일본 중동 등 경쟁국 조선소에 재취업하며 기술 경쟁력까지 훼손됐다. 1300명에 이르던 한진해운 직원은 지금 50여 명만 남아 가압류 재산을 정리하며 회사의 ‘장례’를 준비 중이다. 협력업체 직원 등 한진해운 파산으로 생긴 실업자가 전국적으로 1만여 명에 이른다.

구조조정의 명분만 강조해온 정부가 뒤늦게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라며 자금 지원을 들고나오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올해 해운업에 지원키로 한 6조5000억 원은 당초 한진해운의 부족자금인 4조∼4조6000억 원을 넘어선다. 수출입 물동량의 99% 이상을 수송해 국가경제 운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해운산업이 무너지고 핵심 인재들은 외국으로 빠져나가는데 이제 와서 혈세로 현대상선 자본을 늘려주고 터미널 등 자산 인수자금으로 쓴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지원키로 한 4조2000억 원 가운데 3800억 원만 남은 상황에서 추가 자금 지원을 검토한다니 은행돈을 쌈짓돈으로 여기는 것인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다음 정부에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분노하고 있다. 당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문책이 아니라 죽어가는 산업을 살려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안이다. 이는 금융 논리만으로는 안 되고 해당 산업과 국가경제 전체를 고려한 초당적 결단이 있어야 가능하다.
#한진해운#조선해운업#안철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