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 대출자’ 146만명 육박…가계대출 ‘뇌관’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7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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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저소득, 저신용자 등의 '취약 대출자'가 146만 명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지닌 가계대출 규모는 79조 원에 육박했다.

가계대출의 또 다른 취약 고리로 꼽히는 자영업자 대출도 1년 새 50조 원 넘게 불어 460조 원을 넘어섰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후 본격적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 이들 취약계층의 빚이 한국 경제를 흔드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27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금리 변동에 민감한 취약 대출자들의 대출 금액은 78조6000억 원으로 전체 가계대출(1228조 원)의 6.4%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취약 대출자는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신용등급이 7~10등급인 저신용자 또는 소득 하위 30%인 저소득층을 뜻한다. 취약 대출자는 146만7000명으로 전체 가계대출자(1834만 명)의 8.0% 정도로 파악됐다. 취약 대출자 통계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취약 대출자들은 금리가 높고 변동금리 상품이 많은 제2금융권 대출과 신용대출을 많이 갖고 있어 향후 금리 상승기에 빚 상환 부담이 크게 불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은행 가계대출에서 취약 대출자의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7%에 불과했지만 비(非)은행 금융회사는 10.0%나 됐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연 15% 이상의 고금리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저신용(17.3%) 저소득(5.8%) 다중채무자(8.0%)가 평균(3.5%)보다 높았다.

또 9월 말 현재 숨어 있는 가계 빚으로 불리는 자영업자 대출이 464조5000억 원, 대출자 수는 114만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11조8000억 원)에 비해 52조7000억 원 늘었다. 이 가운데 사업자 대출과 가계대출을 동시에 받아 상대적으로 취약해질 우려가 있는 자영업자가 113만 명, 대출 규모는 390조 원이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퇴직자나 청년실업자를 중심으로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영업자 대출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부동산 임대업자가 늘면서 전체 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부동산임대업 대출 증가율은 최근 3년간 연평균 23.0%로 전체 자영업자 사업자 대출 증가율(10.9%)을 웃돌았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자영업은 경기 변동에 민감하고 특히 중장년층이 소매업, 음식점업에 많이 유입되고 있어 이들의 대출 건전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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