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MS도 반한 기술력… 폴란드,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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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폴란드 남동부 시비드니크의 ‘PZL 시비드니크’의 헬기 공장에서 직원들이 최종 조립작업을 하고 있다. 시비드니크=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13일 폴란드 남동부 시비드니크의 ‘PZL 시비드니크’의 헬기 공장에서 직원들이 최종 조립작업을 하고 있다. 시비드니크=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1. 13일 폴란드 남동부 시비드니크의 헬기 업체 ‘PZL 시비드니크’ 공장. 3000여 명의 직원이 의전용, 정찰용, 구급용, 군용 등 다양한 헬기를 조립하는 데 한창이었다. 65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회사는 현재까지 7400여 대의 헬기를 생산해 40여 개국에 수출해 왔다. 크시스토프 크리스토브스키 PZL 부사장은 “폴란드는 유럽에서 헬기를 자체 생산하는 5개국 중 하나”라며 “내년 한국의 기초비행훈련용 헬기사업(TH-X) 입찰에도 SW-4 헬기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 15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외곽 오자루프마조비에츠키의 비고(VIGO)시스템 공장. 직원 80여 명에 불과한 작은 회사지만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적외선 탐지 장치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루카시 피에카르스키 비고시스템 이사는 “적외선 탐지 기술은 의료, 교통, 국방 등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라며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폴란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쇼팽이다. 하지만 코페르니쿠스와 퀴리 부인을 배출한 과학의 나라이기도 하다. 탄탄한 기술력과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비셰그라드(V4·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로 불리는 중유럽 경제 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 항공-자동차부품 잠재력 높아

 폴란드는 1989년 민주화 이후 지속적으로 경제 자유화를 추진하며 사회주의 경제에서 시장 경제로 체제 전환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2005∼201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평균 3.9%로, 유럽연합(EU) 평균(0.9%)의 4배를 넘는다. 유럽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 번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2014∼2020년 EU 결속기금 852억 유로(약 105조 원)가 폴란드에 배정돼 향후 경제 발전 가능성도 높다.

 제조업에서는 항공, 자동차부품 등에서 높은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폴란드는 제1차 세계대전 때부터 항공기, 글라이더, 엔진 등을 제조한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소형비행기, 헬리콥터, 엔진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보잉 등 세계적 항공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폴란드에는 남동부 항공밸리 등에 200개 이상의 기업이 밀집해 있으며, 이들의 총 매출액은 연간 15억 유로(약 1조9000억 원)에 이른다.

 폴란드 제조업의 잠재력을 인정한 국내 기업들도 폴란드에 투자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10월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4000억 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 글로벌 BPO 허브로 육성

 폴란드는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 아웃소싱(BPO) 허브로도 주목받고 있다. 27개 대·중소도시에 BPO, 공유서비스(SSC), IT 및 연구개발(R&D) 형태의 비즈니스 아웃소싱 기업이 총 852개 운영되고 있으며, 약 19만3000명이 고용돼 있다.

 최근 2, 3년 사이 글로벌 IT 기업들의 폴란드 진입이 활발해지면서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했다. 바르샤바에만 삼성전자,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IBM, 오라클, 에릭손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R&D센터 150여 곳이 집중돼 있다.

 BPO 허브로서 폴란드의 최대 경쟁력은 독일 등 서유럽으로의 접근성, 저렴한 생산 비용을 앞세운 수출 경쟁력, 우수한 노동력, 다양한 외국인 투자 유치 등이 꼽힌다. 특히 비즈니스 서비스 사업 분야 내 90% 이상의 고용 인력이 학·석사급 이상의 고등학력을 지녔고, 영어, 독일어 등 주요 유럽 언어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하지만 2020년 이후 EU가 지원하는 기금이 소진될 경우 계속 경제 활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폴란드의 고민이다. 최현수 KOTRA 바르샤바무역관 차장은 “2021년 EU 기금이 끝난 이후 어떻게 신성장동력을 찾느냐가 관건”이라며 “외국 투자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라고 말했다.

바르샤바·시비드니크=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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