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 못바꾼 造船… 수주목표 15%밖에 못채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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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업종별 구조조정 결산]<上>조선 3사 ‘초라한 성적표’

《 정부는 올해 조선 해운 철강업 등을 이른바 ‘취약업종’으로 분류하면서 구조조정의 칼날을 빼들었다. 산업별로 대규모 인력 감축과 조직 개편을 했지만, 산업계의 체질을 바꿔 경쟁력을 회복시키려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많다. 조선업을 시작으로 산업계 구조조정의 현주소와 전망을 짚어 본다. 》
 
올해 조선업계는 최악의 수주 절벽에 맞닥뜨리면서 상당수 조선사들이 생사의 기로에까지 내몰렸다. 대형 조선사를 중심으로 자산 매각과 분사(分社) 추진, 대규모 희망퇴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정부가 ‘조선 빅3’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론내면서 조선업 구조조정은 결국 ‘용두사미’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목표치의 15.1%만 채웠다

 올해 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조선 빅3’는 2009년 이후 가장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조선 3사가 연초에 세운 수주 목표치(비조선 부문 제외)는 419억 달러 수준. 올해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까지 3사의 수주 실적은 총 63억5000만 달러로 연초 수주 목표치의 15.1%에 불과하다.

 이러다 보니 이 ‘빅3’는 내년도 수주 목표액을 정하는 데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조선 3사는 조선업 시황 등을 토대로 연초에 수주 목표액을 발표한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실적 부진을 만회하려면 내년 수주 목표액을 높게 잡아야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하반기에 수정한 수주 목표액 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자금력이 약한 중소 조선사는 더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STX조선해양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매각 절차를 밟고 있고, SPP조선은 최근 사실상 청산 수순에 들어갔다. 성동조선해양과 한진중공업 등도 일감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내년 말부터는 생존이 불투명하다.


○ 구조조정 했지만…체질 개선은 ‘미약’


 정부 주도로 진행된 조선업계 구조조정은 대우조선을 포함한 현행 ‘빅3’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론이 났다. 조선 3사는 자구계획안에 따라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 독(dock·선박 건조대) 축소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글로벌 불황을 이겨낼 만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대우조선해양은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2조8000억 원의 자본 확충을 받기로 했지만 경영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이 10억 달러에 달하는 드릴십(원유시추선) 2척의 인수를 계속 늦추고 있는 것이 유동성에 가장 큰 변수다. 소난골의 잔금 1조1000억 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94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중 4월이 만기인 4400억 원을 막기 힘들어진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일단 연내 해결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내년 3월 안에 매듭짓지 못하면 선주사들과 만나 대금을 앞당겨 지급해 달라고 호소하는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이 대우조선을 떠안고 가는 것으로 결론나면서 해운 등 다른 구조조정의 틀까지 흐트러졌다. 대선이 치러질 내년에도 정부 차원의 구조조정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 내년에도 상황 나아질 기미 없어

 내년에도 수주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라크슨은 내년 한국의 선박 수주량이 254만1000CGT(표준환산 톤수)로 2011∼2015년 연평균 수주량(1056만3000CGT)의 24.1%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와중에 현대중공업 노조는 금속노조 가입을 추진하며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일부터 22일까지 금속노조에 가입하는 안을 놓고 찬반 투표에 들어간다. 사측은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해 산별노조로 전환되면 기업의 구조조정 이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이를 우려하고 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수주#조선업#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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