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쇼크’에 경조사비까지 줄여…소득 양극화도 갈수록 심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8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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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장기화와 기업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들은 술과 담배, 경조사비까지 줄일 정도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

통계청이 18일 내놓은 '2016년 3분기(7~9월) 가계동향'에 따르면 소득 최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141만6000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줄어들었다. 반면 최상위 20%(5분위) 소득은 854만5000원으로 2.4% 늘었다.

소득 양극화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 역시 4.46에서 4.81로 커졌다. 5분위 배율은 최상위 20% 소득을 최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배율이 커질수록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의미다. 김보경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인구 고령화로 근로 소득이 없는 은퇴자가 늘고 있고, 경기침체로 일용직 등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가계소득 증가세도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하면 주춤해졌다. 3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44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2만8900원(0.7%) 늘어나는데 그쳤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0.1% 뒷걸음쳤다.

소득에서 비소비성 지출(세금·사회보장분담금·이자비용)을 뺀 가처분소득은 360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0.7%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특히 저금리 기조로 이자소득 등이 줄면서 재산소득(―31.9%)은 급감했다.

소득이 늘지 않고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심리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3분기 식료품·비주류음료(―3.2%) 주류·담배(―1.1%) 등의 지출이 모두 줄었다. 특히 경조사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구 간 이전지출'은 5.1%나 감소했다.

가처분소득을 얼마나 소비했는지를 보여주는 '평균소비성향'은 71.5%로 1년 전과 같았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3분기 기준으로 가장 낮은 것이다. 다만 올 여름 폭염의 영향으로 에어컨 구입이 늘면서 가전 및 가정용기기 지출은 1년 전보다 48.6% 급증했다. 전기요금 등 주거용 연료비도 4.9% 증가했다.

소득보다 소비가 더 줄면서 가계의 '불황형 흑자'도 계속됐다. 가처분소득 대비 흑자액을 나타내는 '흑자율'은 28.5%로 1년 전과 같았다. 하지만 월평균 가계 흑자액은 지난해보다 0.7% 늘어난 102만8000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백웅기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경기부양을 부동산에만 의지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도록 규제완화와 같은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이윤을 내고 그것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때 가계소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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