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경영의 지혜]R&D 투자보다 산업스파이 키우는게 더 효과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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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산업스파이가 국내 기업의 기술을 빼돌리다 적발된 사건이 600건 남짓에 이른다. 기업이 피땀 흘려 개발한 기술을 ‘도둑질’ 하나로 모두 가져가는 산업스파이는 기업들의 경계 대상 1호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엄청난 손실을 유발하기에 나라마다 이들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스웨덴 스톡홀름경제대 연구팀은 바로 이 산업스파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한국어판 최근 호(2016년 11월호)에는 이 연구팀과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연구팀은 옛 동독의 국가보안부 기록문서 18만9725건을 분석해 1969년부터 1989년까지 동·서독의 산업 부문 데이터와 서로 대조했다. 이 연구를 통해 이들은 국가가 운영하는 산업스파이 활동으로 동독이 상당한 수익을 누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스파이 정보 덕에 동·서독 기술과 생산 격차가 8.5%포인트 좁혀졌다”며 “서방 국가들이 기술 이전을 방지하기 위해 동유럽권에 대한 경제봉쇄 정책을 펼치던 분야에서 특히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동독의 산업스파이는 1970년 당시 세계를 석권하고 있던 대형 컴퓨터 IBM 360을 베낄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얻기도 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렇다면 힘들게 돈과 시간을 들여 연구개발(R&D)을 하기보다는 산업스파이를 키우는 것이 효과적일까? 연구팀은 그렇지는 않다고 단언했다. 산업스파이 활동이 성공적일수록 연구개발 활동이 더뎌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만약 냉전이 계속됐더라도 동독의 기업이 글로벌 리더 위치에 올라가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산업스파이에 의존하면 연구개발 표준양식, 혁신을 위한 도구 가운데 어느 하나도 갖출 수 없는 상황이 온다”고 강조했다. 실제 동독에서는 산업스파이 활동이 성공적일수록 특허출원 건수는 줄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손해였다는 뜻이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경영의 지혜#경영#리더#r&d 투자#산업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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