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던 동백씨앗서 기름 추출… “이젠 佛 샤넬화장품 원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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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백硏 박원표 대표 성공기

31일 경남 통영시 한국동백연구소 앞에서 박원표 대표가 동백나무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1997년 한국동백연구소를 세운 그는 20년째 동백 씨앗 사업화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동백연구소 제공
31일 경남 통영시 한국동백연구소 앞에서 박원표 대표가 동백나무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1997년 한국동백연구소를 세운 그는 20년째 동백 씨앗 사업화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동백연구소 제공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쓰레기를 보물로 재탄생시켰죠.”

 최근 만난 박원표 한국동백연구소 대표(51)의 말에서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동백 씨앗에서 추출한 기름을 수출하는 박 대표는 한때 쓸모없다고 여겨졌던 동백기름의 부활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1997년 처음 한국동백연구소를 세운 그는 20년째 동백 씨앗의 사업화에 매진하고 있다.

 그의 한국동백연구소는 단순히 먹는 제품만이 아닌 비식용자원을 활용해 6차산업화를 이뤘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미래성장 동력으로 농업이 다시 각광받으면서 기존의 식용자원 농업 외에 새로운 형태의 농업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 동백기름과 동백유를 활용한 화장품 등을 수출하며 한국 농업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 고향의 꽃으로 수출을

 그의 고향은 경남 통영시 사량도다. 봄이면 동백꽃이 만개하는 통영에서 태어난 그는 1997년 고향의 명물 동백을 이용해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다. 아토피 환자용 화장품 사업을 하며 처음 손을 잡은 회사는 동백 헤어오일로 유명한 일본 회사 오시마쓰바키다. 2003년 사업차 통영을 방문한 일본 파트너가 ‘통영의 동백이 이렇게 좋으니 일본에 오일을 수출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1년 뒤인 2004년 첫 수출을 시작했다.

 동백기름은 전 세계에 250여 종이 있다. 한국에서 자라는 동백은 카멜리아 자포니카종이다. 자포니카종은 전 세계 동백 중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올레산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올리브유에는 65%가 포함돼 있지만 동백기름에는 85%나 포함돼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한국에서 추출되는 동백기름은 순도 99%를 자랑해 최고급으로 친다. 그는 “올해 5월 벨기에 국제식품품평회에 동백기름을 출품해 국제미각상 별 2개를 받았다”며 “지금까지 별 3개 만점에 2개를 받은 한국 식품이 드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나는 동백 씨앗의 80%는 한국동백연구소에 모인다. 모두들 동백 씨앗은 쓸모가 없다며 버리기 일쑤였지만 박 대표는 여기서 보물을 만들 수 있는 가치를 봤다. 이렇게 모은 동백 씨앗에서 추출한 기름으로 만드는 제품은 화장품용 매직오일, 식용 동백유, 동백기름을 발라 구운 김 등 3가지다. 특히 전신 마사지, 헤어 케어, 클렌징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매직오일은 150mL에 11만 원대인 고가 제품이지만 일본과 프랑스에 수출할 만큼 인기가 많다.
○ 콧대 높은 프랑스를 사로잡은 동백기름

 지금까지 박 대표가 동백 제품을 수출한 국가는 일본, 미국, 중국, 프랑스 등 4개국이다. 일본은 2004년부터 수출을 시작해 지금까지 매년 납품하고 있다. 일본 나가사키의 동백기름이 최상급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 통영의 동백기름을 찾는 소비자가 많다. 그는 “일본은 2019년 말까지 장기 납품 계약을 체결한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콧대가 높은 프랑스 화장품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해에만 동백기름 4t을 수출했고 올해에는 7t으로 수출량이 늘었다. 그는 “우리 연구소의 동백기름은 프랑스 명품 화장품 샤넬에 원료로 들어갈 만큼 그 효능을 인정받았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미국과도 내년까지 약 100만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연구소는 노년층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자칫 버려질 수 있는 동백 씨앗을 수확해 동백연구소로 가져다주는 인력만 180명 이상이다. 한 해에만 150∼200명이 근무할 수 있는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더 좋은 품질의 동백기름을 생산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박 대표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는 2014년 8월 동백기름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해 석사 학위를 받았고 내년 2월에는 유자 씨에서 추출한 기름을 주제로 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할 예정이다. 그는 “우리뿐 아니라 동백을 이용해 사업을 하는 농민들이 함께 발전해 비식품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 정부 “미래 한국 농업 경쟁력 높일 것”

 한국 농업의 범위를 식용자원에서 비식용자원까지 넓혀 산업 성장의 기초를 다양화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과제다. 비식용자원 중에서도 생활건강제품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6차산업화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업체를 발굴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러나 6차산업 인증사업자 중 비식용자원을 활용하는 업체는 54곳으로 약 6.5%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연내 비식용 제품에 대한 판촉을 하고 우수사례를 발굴해 사례집을 제작하는 등 신규 수요를 창출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6차산업화를 통한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 등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며 “비식용자원 등 아직 개척되지 않은 새로운 시장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 미래 한국 농업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동백연구소#샤넬#화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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