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장 쌀… 컵 누룽지… 농사 물려받은 두 딸의 승승장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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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아-손모아씨의 성공전략

 
국내 최초로 유기농 벼를 재배한 아버지의 농업을 물려받은 강선아 우리원 대표(오른쪽)가 직접 재배한 벼를 어머니와 함께 들어 
보이고 있다. 강 대표는 쌀을 활용한 다양한 가공 상품을 판매해 아버지의 농업을 한 단계 진화시켰다. 우리원 제공
국내 최초로 유기농 벼를 재배한 아버지의 농업을 물려받은 강선아 우리원 대표(오른쪽)가 직접 재배한 벼를 어머니와 함께 들어 보이고 있다. 강 대표는 쌀을 활용한 다양한 가공 상품을 판매해 아버지의 농업을 한 단계 진화시켰다. 우리원 제공
1995년 국내 최초로 벼의 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업회사법인 우리원. 이 법인의 강선아 대표(32·여)는 어린 시절 유기농 벼 개발에 평생을 바친 아버지가 좋지만은 않았다. 아버지는 흙 묻은 자전거에 자신을 태워 학교에 데려다주곤 했다. 자동차에서 내려 교문을 통과하는 친구들을 볼 때면 ‘우리 아버지도 친구들 아버지처럼 회사 다니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고생한 만큼 대가를 받은 것도 아니었어요. 저는 커서 농사는 짓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 농업 발전의 필수 조건 ‘승계농’

 
소포장 유기농 쌀과 그 쌀로 만든 간편식 누룽지를 생산하는 다모인에프앤디의 손모아 대표(왼쪽)가 동생 병인 씨와 함께 유기농 벼를
 소개하고 있다. 손 대표는 “부모의 농업에 젊은 아이디어를 더한다면 성공적인 농업 승계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다모인에프앤디
 제공
소포장 유기농 쌀과 그 쌀로 만든 간편식 누룽지를 생산하는 다모인에프앤디의 손모아 대표(왼쪽)가 동생 병인 씨와 함께 유기농 벼를 소개하고 있다. 손 대표는 “부모의 농업에 젊은 아이디어를 더한다면 성공적인 농업 승계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다모인에프앤디 제공
강 대표의 대학 전공은 문헌정보학과 경영학. 아버지의 농업을 물려받을 일은 없다고 생각하던 그가 생각을 바꾼 것은 대학을 졸업한 후다. 2007년 재미 삼아 한 달에 한 번 정도 한국벤처농업대학 강의를 듣던 중 뜻밖에 아버지의 특강을 듣게 됐다. 거기서 유기농 벼농사를 짓는 아버지의 깊은 철학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아버지의 농업을 물려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예전 방식 그대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버지가 다져 놓은 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했다.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에 맞게 쌀을 소포장 하는 방법, 쌀을 활용한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한국 농업 발전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려면 강 씨와 같은 ‘승계농’을 늘리는 일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농업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부정적 인식은 여전하다. 부모가 농업에 종사하는 20, 30대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 강 씨와 비슷한 생각을 한다. 그중 상당수는 농업에 등을 돌린다. 이런 사람들에게 강 씨를 비롯해 농업 승계에 뛰어든 젊은이들은 “농업에는 상상 이상의 기회가 열려 있다”라고 입을 모은다.
○ 부모의 농업, 6차산업화로 진화

 젊은이들이 농업에 뛰어들더라도 과거 방식으로는 고생만 할 공산이 크다.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는 방안은 강 대표처럼 6차산업화에 나서는 것이다. 농업인 2세들이 제일 속상해하는 점이 부모가 힘들게 농산물을 재배해 놓고도 유통업자에게 휘둘려 제값을 못 받고 파는 것. 매년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 농산물 값에 한숨짓는 부모를 보며 가능성이 없다고 여기기 쉽다. 농산물을 생산해 유통업자에게 넘기는 게 전부인 단순 농업에서 오는 한계다.

 유기농 쌀과 배추를 재배해 온 아버지에게서 농업을 승계한 손모아 다모인에프앤디 대표(27·여)는 농업에 뛰어든 지 1년 후 유기농 쌀을 이용한 누룽지를 개발했다.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간편 가정식 누룽지였다. 올해 2월에는 컵라면처럼 먹을 수 있는 ‘컵 누룽지’를 만들었다. 손 대표는 “쌀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쌀만 팔아서는 힘들다고 생각해 간편식 누룽지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판로도 다양화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직거래 판매 비중을 늘려 유통 비용을 줄였다. 고객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신뢰를 쌓은 것도 주효했다. 2013년 1억4400만 원이던 다모인에프앤디의 매출은 지난해 2억3200만 원으로 60% 이상 늘었다.

 손 대표의 아버지는 손 대표가 어렸을 때부터 6차산업화의 가능성을 얘기했다. 손 대표는 “아버지는 수시로 ‘나는 이렇게 1차산업을 하고 있지만 너희 때는 2차, 3차 산업을 할 수 있을 거다’라고 말씀하곤 했다”고 전했다. 어린 시절 손 대표는 그 말의 의미를 몰랐지만 이제 알아 가고 있다.
○ 젊은 CEO의 길, 주저 말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으로 6차산업 인증 사업자 960곳 중 65곳이 가업을 승계한 경우다. 강 대표와 손 대표가 물려받은 벼농사처럼 옛날 농업이라는 인식이 강한 품종일수록 6차산업화는 절실하다. 쌀 전체에 대한 소비는 줄었어도 유기농 쌀 같은 고급 식재료에 대한 관심은 늘고 있고 손 대표의 컵 누룽지처럼 간편식 수요도 증가 추세이기 때문이다. 또한 쌀을 활용한 다양한 가공 식품 개발이 가능한 것도 기회다. 쌀을 재배하고 탁주 약주를 만들어 오던 신평양조장은 서울에 막걸리 전문점을 열고 전통주를 빚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수익을 늘렸다. 서림농장은 유기농 쌀 재배에서 나아가 떡볶이 떡을 만들고 떡볶이 매장도 내면서 6차산업화에 성공했다.

 결국 6차산업화를 통한 농업 승계에 성공하려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수다. 강 대표는 내년부터 쌀맥주 등 다양한 쌀 가공 식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손모아 대표는 “단지 ‘취업하기 힘드니까 부모가 하던 거 해야지’란 자세로는 성공하기 힘들다”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대학 졸업하고 부모 농사 물려받으러 고향 내려간다고 했을 때 친구들이 모두 말렸어요. 그 친구들 모두 지금은 저희를 부러워해요. 대표란 직함을 갖고 있는 것도 자연 속에서 일하는 것도. 젊은이들에게 농업은 블루오션입니다. 특히 농업인 2세들은 기회가 많아요. 그 기회를 마다하지 않고 고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손 대표의 농업에 대한 찬사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공동 기획: 농림축산식품부
#창농#농사#승계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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