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미디어데이 신경전, 여유 LG-진지 KIA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9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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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형들 보면 인사해야지.”

LG 박용택(37)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최고참답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기선제압에 나섰다. 사전인터뷰실에 일찌감치 도착해 취재진과 대화하던 KIA 주장 이범호(36)와 양현종(28)을 보며 이런 말을 던졌다.

이게 시작이었다. 박용택과 LG 주장 류제국(33)은 시종일관 여유롭게 미디어데이에 임했다. 사전 인터뷰 때부터 진지했던 KIA 테이블과 달리, 바로 옆 LG 테이블에선 웃음소리가 퍼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2011년 이후 5년만에 가을야구에 나선 KIA와는 반대로, LG는 김기태 현 KIA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3년을 시작으로, 양상문 감독이 중도에 지휘봉을 잡은 2014년까지 최근 들어 더 많이 가을야구에 초대받은 경험이 있었다.

본 행사가 시작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입장한 김기태 감독과 선수들이 단상 밑으로 향하자, 양상문 감독이 단상 위로 재차 안내했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가 낯설 법도 했다.

그러나 김 감독과 선수들은 침착하고 진지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김 감독은 2013년과 지금 LG를 비교해달라는 사회자의 민감한 질문에도 “그땐 선수들의 세기가 부족했는데 양상문 감독님께서 좋은 지도를 해주셔서 참 많이 성숙된 느낌이다. 여러 부분에서 많이 강해졌다. 그래서 막판에 우리가 진 것 같다. 강한 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행사 내내 진중한 답변이 지속되자, 박용택은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가 원래 이렇게 엄숙한 분위기인가요?”라며 웃음을 안겼다. 그는 KIA가 양현종이 아닌 헥터 노에시를 1차전 선발투수로 예고하자 “김기태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현종이가 나오면 내일 경기를 못 뛸 수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헥터는 올해 재미를 좀 봤다. 우리 팀 타자들도 현종이보다는 헥터를 편하게 생각한다”며 능수능란하게 심리전을 펼쳤다. 또 박용택은 “개인적으로 포스트시즌 KIA-LG전이 신인 때인 2002년 플레이오프 이후 처음인데 그때 아주 좋은 기억이 있었다. 멀티홈런 포함 4타점을 올렸다”며 웃었다. 이에 사회자가 “MVP(최우수선수) 아니었냐”고 하자 “기억력이 참 좋으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류제국 역시 여유가 있었다. 그는 “내 생각에 우리 팀에 긴장할 선수는 없을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이 스타성이 넘치다 보니, 반대로 너무 오버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날뛸까봐 걱정”이라며 “우리는 최대한 내일 경기를 끝내도록 준비하고 있다. 빨리 끝내서 내일 먼 길 조심히 가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LG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승’이라는 심리적 우위가 있기에 이런 여유가 가능해 보였다.

반면 KIA는 2연승의 의지를 다졌다. 이범호는 “양 팀 선수들 모두 긴장할 것이다. 안타를 먼저 치고, 홈런을 먼저 치는 선수가 나오는 팀이 유리할 것이다. 그게 타이거즈가 되도록 하겠다”면서 “우린 고척돔(3위 넥센의 홈)에 가기 위해서 반소매 유니폼을 다 챙겨왔다. LG도 좋은 팀이지만, 꼭 이겨서 넥센에 복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양현종 역시 “광주에서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감독님과 주장 범호형이 홈팬들께 ‘기다려달라’고 얘기했다. 그 약속을 꼭 지키고 싶다. 지금은 빨간색 원정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하얀색 홈 유니폼을 입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잠실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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