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땅값 보다 싼 ‘재벌집’…무슨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9일 23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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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그룹 회장이 보유한 국내 최고급 주택의 공시가격 일부가 땅값인 공시지가보다 낮게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땅값보다 싼 셈이어서 가격 책정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영 의원이 입수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소유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단독주택은 공시가격이 103억 원이었지만 공시지가는 119억 원이었다. 땅값이 집값보다 16억 원 높게 책정된 것이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 소유 한남동 단독주택도 공시가격이 129억 원인 반면 공시지가는 130억 원이었다. 땅값이 집값보다 1억 원 이상 비싼 셈이다. 용산구 이태원동 이건희 회장 저택도 주택 공시가격은 177억 원이고, 공시지가는 160억 원에 달했다. 집값이 땅값보다 17억 원 정도 높게 책정된 것이지만 이 주택을 짓는 데는 투입된 건축비만 8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이에 대해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이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재벌 등에게 막대한 과세특혜가 제공된 것"이라며 "부동산 통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 의원이 지적한 주택의) 상당수가 고밀도 개발이 가능한 '상업용지'에 위치해 공시지가를 책정할 땐 높게 책정되는 반면 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할 땐 집을 지을 수 있는 '대지'로 판정해 땅값을 산정한 뒤 건물값을 반영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주택 공시가격이 시세의 80% 수준에서 책정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택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과세 기준으로 쓰인다. 공시지가는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 개발부담금 등 토지 관련 세금의 과세 기준이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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