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만의 취약업종 컨설팅… 업계 “반쪽 보고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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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잃은 산업 구조조정]
“철강-유화 품목별 구조조정 중인데 경쟁력 강화방안 없이 감산만 강조”

 한국철강협회와 한국석유화학협회는 28일 각각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베인앤드컴퍼니로부터 받은 산업 구조조정 관련 최종 컨설팅 보고서를 산업통상자원부에 보고했다.

 넉 달만에 내놓은 두 보고서의 핵심은 모두 ‘공급 과잉 제품’의 감산에 찍혀 있다. 하지만 철강업계와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이미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품목을 재차 강조한 것일 뿐” 또는 “전후방 산업의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견” 등의 냉담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철강산업 구조조정 컨설팅을 맡은 BCG는 글로벌 철강 수요는 2030년까지 연평균 1%대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2020년에도 전 세계적으로 7억∼12억 t의 조강 생산 능력 과잉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업 등 수요 산업 부진이 계속되는 데다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국내 철강산업은 상당한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게 BCG의 판단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후판 생산설비 조정과 강관 사업자들 간 통폐합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후판의 경우 조선업 부진이 본격화하면서 동국제강이 2012년과 2015년 각각 포항 제1, 2후판공장(총 연간 생산 290만 t 규모)을 폐쇄하는 등 업계 자체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돼 왔다. BCG가 이에 더해 현재 7개인 국내 후판공장을 추가로 줄여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포스코(4곳), 현대제철(2곳), 동국제강(1곳) 등 후판 생산업체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업계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움츠리기보다는 오히려 몸집을 불려 글로벌 업체들과 대등하게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베인앤드컴퍼니의 석유화학산업 컨설팅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범용 제품이 매출의 70%에 이르는 노후한 국내 석유화학산업을 어떻게 업그레이드할지는 언급하지 않고 일부 제품의 생산 설비를 줄이라는 내용만 담겼다.

 베인앤드컴퍼니는 33개 석유화학품목 중 테레프탈산(TPA), 폴리스티렌(PS), 합성고무(SBR), 폴리염화비닐(PVC) 등 4개 품목이 공급 과잉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TPA(페트병 소재)와 PS(장난감이나 식품용기 소재)는 단기간에 일부 설비를 통폐합하거나 기존 설비를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조언이 담겼다.

 하지만 TPA의 경우 SK유화, 롯데케미칼, 삼남석유화학, 한화종합화학 등이 잇달아 공장을 폐쇄하거나 설비를 전환했고, 롯데첨단소재, LG화학, 금호석유화학 등이 생산하는 PS도 이미 지난해부터 설비 조정에 들어갈 것이란 예상이 나온 것을 고려할 때 새로운 내용이 없는 컨설팅 결과라는 지적이 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이샘물 기자
#컨설팅보고서#구조조정#철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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