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산직 71% 호봉급… 직무급 도입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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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연구원 임금실태 조사
“경영지원직보다 25%P 높아… 생산성 떨어져 경쟁력 약화”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일반·연구직 근로자의 ‘승진 거부권’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노조 조합원이 승진을 원하지 않으면 이를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 요구사항은 과장 승진과 함께 노조에서 자동 탈퇴돼 업무 성과에 따른 연봉제를 적용받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현대차 노조의 이 요구는 사측에 의해 협상 초기 거절당했고 노조도 여론의 뭇매를 맞자 슬그머니 협상안에서 제외했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 차질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 노조처럼 생산직 근로자의 70% 이상은 호봉급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 중심 인사관리를 하는 기업들의 근로자 생산성이 더 높다는 결과와 함께 나와 더 주목된다.

 27일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한국의 임금체계 및 임금정보 토론회’에서 정동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임금체계 실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근로자 100인 이상 기업 205개를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경영지원직 가운데 호봉급을 적용받는 근로자는 45.6%로 절반에 못 미치는 반면 생산직 근무자는 71.1%가 호봉급을 받고 있었다.

 특히 호봉급을 적용받는 생산직 근로자 가운데 44.8%는 단일호봉제를 적용받고 있었다. 단일호봉제는 직급별 호봉제와 달리 승진을 하지 않더라도 직급과 전혀 무관하게 근속연수에 따라 일괄적으로 기본급이 오르는 방식이다. 호봉급을 받는 경영지원직 가운데 단일호봉제 적용 근로자는 28%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 손석호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2팀장은 “대다수 생산직 근로자가 노조의 비호 아래 여전히 호봉제를 고집하고 있다”며 “임금 변동성이 약한 호봉제로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임금체계 개혁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실제 연공형 대신 직무분석을 토대로 인사를 하면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다는 결과도 제시됐다. 유규창 한양대 교수는 인사관리 분야에서 직무분석을 활용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근로자 1인당 매출액이 연 238만 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박우성 경희대 교수는 “우리와 비슷한 임금체계 구조였던 일본이 맡은 일에 따라 기본급을 달리하는 ‘역할급’ 제도를 만든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호봉급#생산직#노동연구원#직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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