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진해운發 물류대란, 후폭풍 대비 장담한 정부 뭐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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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악화에 따른 자금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 사태의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세계 주요국 항만에서 한진해운 선박의 압류, 입항 거부, 하역 차질이 빚어지면서 4일 현재 이 회사 컨테이너선 97척 중 61척, 벌크선 44척 중 7척 등 모두 68척이 운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진해운 선박을 통해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의 피해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국내 1위, 세계 7위의 해운사를 법정관리로 넘길 때는 대비책을 꼼꼼히 챙겼어야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해상 물동량 문제, 해운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 등 금융·해운 산업 측면에서 여러 시나리오를 상정해 다각적으로 대응책을 검토했다”며 “준비한 대책에 따라 부작용에 대응하겠다”고 공언했다. 한데 현 사태를 보면 제대로 위기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수출업체들은 한진해운의 운항 차질로 직격탄을 맞았다. 1일부터 한국무역협회가 운영 중인 ‘수출화물 물류애로 신고센터’에는 25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같은 전통적 성수기를 앞두고 물동량이 집중된 시기여서 납품기일을 맞출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지난달 30일 한진해운의 추가 자금 지원 요청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후속 대책을 사전에 마련하지 못한 것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해운 관련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구조조정은 금융위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팔짱만 꼈다. 올 6월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를 자임한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채권단의 결정이 나온 당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해수부 금융위 등 산업 및 금융 관련 부처 합동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정부는 어제 뒤늦게 김영석 해수부 장관 주재로 9개 부처 합동회의를 열고 한진해운 선박이 조속히 입항해 하물을 하역하도록 외국 정부와의 협의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당장 닥친 수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부처 간의 유기적 협업과 함께 현대상선 선박의 조기 대체 투입 같은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한진해운의 청산이라는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해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한국 해운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진해운#법정관리#수출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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